가을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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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텅 빈 도시로
돌아오는 발자국들.
불을 지르던
태양의 집념에서
풀려난 육교위에
산산한 바람이
다시 차는 도시
알겠다.
흐르는 사람의 홍수
발치에 밀쳐져
돌아같 데 없는
저 공복의 아이들
석양 곁으로 뜀박질하는
부황의 아버지들
다시 차고 있는
한가운데서
내가 공연히
어린 마음 느끼는 이 아픔을
가을의 병인줄
산산한 바람으로
알겠다.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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