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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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악이나 그림과 달리 여자아이들에게만 시키는 무용교육은 요즘 화려한 무대에의 꿈보다는 여자다운 몸 자세를 의한 훈련으로 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용은 여자에게 특기라기보다 세련된 몸매와 매너를 익히는 수법』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익혀왔던 오현주씨(연출가)는 말한다. 그는 무용을 단순히 테크닉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올바른 몸 자세와 음악에 대한 교양,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곳으로 어린이 무용강습소는 우선 분위기가 문제된다.
오현주씨는『무엇보다 깨끗하고 엄격한 곳으로 정서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외국의 경우 무용강습소는 하나의 레이디 수업도장으로 통한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전문가로의 방향은 기나긴 수업을 통해 소질과 육체적인 조건, 성격이 맞았을 때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무용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많은 부모들이 아직도 자녀가 어렸을 때 세상에 이름이 나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무용은 미를 통한 미의 표현이다. 따라서 신체의 발육과 연관을 짓지 않을 수 없는데 조급한 부모들의 조바심이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용가 임성남씨(서울예고 무용과장)는 무용을 시작해야 할 시기를『골격과 근육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7, 8세 때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너무 어릴 때 심한 훈련을 한다는 것은 신체발육에 이상이 되기 쉽다고 한다.
10년째 무용연구소를 내고 있는 연소영씨는『어린이들에게 너무 기대를 거는 부모들이 기교에만 신경을 써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연습시기는 일은 발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연씨는 어린이들의 발육과정에 따른 연습시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통 7, 8세 때면 하루에 l시간∼2시간 정도를 넘지 않아야 된다.
그러면 특기로서『무용에 소질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임성남씨는『3개월 정도의 기본 훈련을 해봐서 육체적으로 기민성이 보이고 다리·몸·팔에 결함이 없어야되며 여기에다 음악적인 소양과 두뇌가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소질은 사람마다 진전하는 과정이 달라 눈에 보이지 않게 꾸준히 나가는 형, 남들보다 뒤늦게 나타나는 형 등, 이는 지도교사의 세심한 눈이 필요하게 된다.
임씨는 또 무대 위의 무용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서『무용은 말을 하지 않고 몸을 통한 표현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면적인 수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조명아래의 발레리나는 그만큼 육체적인 조건도 갖추어야 된다. 팔다리의 길이가 길고 선이 고르고 용모도 아름다워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갖추어 졌을 때 뛰어난 무용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발레를 하면 다리가 바깥으로 벌어지고 근육이 튀어나온다고 하는데 이는 체질에 따라, 혹은 훈련을 잘못했을 경우 특히 심해지지만 원래 무대 위의 발레리나에겐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심안 훈련 때문에 가슴이 발달하지 못하는, 여성으로서는 커다란 핸디캡을 감수해야 된다.
무용강습소에 자녀를 보냈을 때 대개의 부모들은 콩쿠르에 나가 1등 하기를 바라고 이것이 부작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성남씨는 어린이들에게 콩쿠르 출연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부모의 허영심으로 남과의 경쟁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쓸데없는 자만심을 키우며 심리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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