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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제일약품 사장>|등록금과 분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학기가 바뀔 때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있는 학부모들은 등록금 마련에 골치를 앓게 마련이다.
우리 집은 3년 전까지 2명을 대학에 보내고 있었으나 이제는 1명이 남았고 비교적 중류 이상의 생활 기반을 가졌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지만 회사 직원들이 등록 때마다 근심하는 소리가 끊길 때가 없다.
가까이 지내는 P씨는 2명의 자녀를 사립대학에 보내고 있는데 실수입은 한 달에 3만원정도이다.
공식적으로 내는 등록금만도 1년에 2명을 합쳐 24만원 가까이 되니 연 수입 36만원인 P씨 가정이 12만원으로 살림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양복도 입어야 하고 학용품, 책값도 내야하니 아무리 나중에 자식 덕을 본다고 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신문을 보니 이미 1차 등록을 끝낸 몇 개 대학의 등록 율이 60% 정도라고 한다.
중등 교육 이상의 교육은 수익자 부담이라고 내세워 돈이 없는 가정은 대학에 보내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결론도 있음직 하지만 요즘 세상이 간판을 중시하고 있고 고졸 정도로는 번듯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으니 가재도구를 팔아서라도 대학에 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행히 이번 학기의 대학 등록금은 다른 물가의 인상에는 뒤따르지 않고 별로 올리지 않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근래 4, 5년 동안에 3배 가량 오른 대학 등록금이 또 오른다면 정말로 대학에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것일까. 단지 이 같은 많은 액수의 등록금을 분납하는 혜택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과거에 등록 기에 앞서 문교무가 가정 형편에 따라 분납을 허용토록 각 대학에 지시했으나 이 같은 지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었다. 알뜰한 살림을 하는 집이라면 자녀 등록금조로 한 달에 얼마씩 저축을 했다가 등록 기에 목돈을 내면 될 것이겠지만 각박한 살림을 하고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목돈마련에 심지어는 빚까지 내야할 형편이겠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하숙생의 고충을 생각해서라도 등록금의 분납에 제도적으로 규정되어 실시되기를 문교당국에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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