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은 최고" … 프리미엄 제품으로 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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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해러즈백화점에서 열린 ‘삼성전자 브랜드 전시관’ 개소식에서 미셀 트로와그로 삼성 클럽드쉐프 대표(왼쪽)가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가전제품을 이용해 만든 요리를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오른쪽 넷째) 등에게 선보이고 있다. [뉴스1]

“내수·저가형 대신 프리미엄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2007년 생활가전(현 소비자가전) 부문에 주문한 내용이다. 당시 생활가전은 하이얼 등 중국산 저가제품에 밀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내에서도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가전은 이제 우리나라가 할 분야가 아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의 해러즈백화점에 93㎡(28평) 규모의 가전 매장을 열었다. ‘세계 명품의 전당’으로 불리는 곳에 당당하게 입성하며 백조로 변신한 셈이다. 영국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켈리 호펜이 매장 디자인을 맡아 고객들이 직접 가전제품을 써 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꾸몄다. 유럽형 대형 양문형 냉장고인 T9000과 에너지 소비를 줄인 에코버블 세탁기, 두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듀얼쿡 오븐, 스톰워시 식기세척기, 모션싱크 진공청소기 등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실제 부엌에 있는 것처럼 진열했다.

  윤부근(60)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이날 해러즈백화점 매장을 찾아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상징성뿐 아니라 이곳에서 실제 이익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849년 설립된 해러즈백화점은 영국 왕실과 귀족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자체 검증을 거친 브랜드만 입점할 수 있고, 전용 기획모델이 많아 같은 브랜드라도 10~20%가량 가격대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3층 ‘기술관’에 코너 형식으로 제품을 전시해오다 올 1월 가전 매장들이 모인 2층에 정식으로 입점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3년.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황금 매장’이다.

 김준영 삼성전자 영국법인장(상무)은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삼성전자의 브랜드 및 제품 이미지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해러즈의 카드홀더(VIP 회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VIP 마케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워드 해러즈백화점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삼성이 이 분야에서 ‘최고 중의 최고(The Best of the Best)’라 생각하기 때문에 입점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해러즈백화점 입점으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이 본궤도 올랐다. 삼성 냉장고는 올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11.3% 점유율을 달성해 1위를 차지했다. 전자레인지도 16.8%로 6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탁기 역시 올 6월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랐다. 윤 사장은 “경기 침체에도 해러즈에는 하루 5만 명의 고객이 찾는데, 이들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의 부유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러즈백화점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려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런던=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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