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혜성씨<이대교수·의박>|위생관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얼마 전에 2백 여명의 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경부간 고속도로를 버스로 여행하는 도중 추풍령에서 잠시 쉬게되었다. 많은 차들이 엔진을 식히고 있었고 사람들은 코카콜라로 목을 축이기도 하였다. 나는 화장실을 향하여 어설픈 계단을 올라갈 때 김밥과 삶은 계란을 말고있는 아낙네들의 유혹을 받았다.
어떤 정거장에서나 마찬가지로 떠들썩하고 손님을 끌기에 바빴으나 하필이면 불결한 화장실 근처에서 그것도 맨 땅위에 음식물을 펴놓고 팔고 있는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속도로 관리인에게 쫓기면서 손님들의 왕래가 많은 곳을 찾았으리라고 짐작은 되나 한심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일행이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삶은 계란을 사 먹었다는 학생들이 구토설사를 시작하였다. 학생들의 건강 관리를 책임 맡은 나는 당했구나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다행히 조기치료와 항생제의 위력으로 낙오자가 없이 다음 목적지로 떠날 수 있었다.
시골 장날에 각설이 찾아들 듯이 올해도 콜레라라는 불청객이 잠입하여 국민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월동균주니 또는 외항 선박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하나 어쨌든 그것이 발생하여 희생자가 생겼고, 또한 바통을 넘겨받을 뇌염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주의에 노출되어 있는 무방비 지대가 더욱 심각하다.
시장 가게 머리에 쌍아 놓은 하얀 파 단들은 중량교 밑이나 뚝섬 개울가에서 씻는 동안 대장군과 기생충 알로 뒤범벅이 된다. 차라리 흙이 묻은 그대로 살수 있게 해주었으면 고맙겠다. 여행도중 콜레라 오염지구 가까이 서 머무르게 되었다. 예방주사를 맞았지만 여관에서 주는 음식이 불안하기만 했다. 30여중의 반찬이 아침·점심·저녁 똑같고 우리들의 식욕도 감퇴되어서 전부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변화 없는 메뉴에 더욱 의아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바캉스라는 새로운 풍조에 따라 해변가에서의 음식점의 형태도 많이 진보(?)되었다. 시멘트 수조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뱀장어 영계 등을 마음대로 골라서 즉석에서 회를 쳐서 먹게된다.
양수기로 퍼 올리는 부둣가의 바닷물은 폐수나 오수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정된 크기의 수조 속에서 퍼 올려 주는 물을 먹고사는 생선이 살아 있기는 하나 과연 신선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 우기 수초 속에 누워있는 콜라나 맥주병 속에 세균이 침입 안하고 바닷물은 짜기 때문에 무방하다고 단언 할 수는 없다.
거리의 매연, 우유 속의 대장균, 불결한 음식장수의 손, 유독 색소로 물들인 과자 등을 염려하여 굶어 죽을 수는 없다. 인간의 지혜와 노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하여 철저한 방역 대 책을 세우는 한편, 위생관리에 대한 범국민적인 계몽을 전개시켜 병균의 안식처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