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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글·그림>우경희|동상제작「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의 맹렬한「에너지」는 우선 출퇴근「러쉬」때 국전의 모든 역이 삼키고 뱉어내는 입추의 여지없는 인파에서 느끼게 된다. 구원전차의「도어」마다 엉덩이로 승객을 밀어 넣는 일을 맡은「아르바이트」학생이 매달려 있는 것은 더욱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리고 다음은 내 직업의식 탓이겠지만 각종 미술전람회에 밀려드는 엄청난 입장자수에서도 일본의 맹렬한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그 많은 개인전은 대단한 것이 없지만 가을「시즌」이 되면 여러 미술단체의 공모전이나「유럽」의 이름 있는 거장들의 작품 전에는 모든 연령층을 망라한 관람자로 회장은 터질 듯이 꽉 차 저절로 밀려들고 밀려나가게 되어 조용히 마음놓고 관람할 수 없고 그것도 입장료가 4∼5백원이나 하니 부럽기 한량없다.
또 하나 일본의 「에너지」를 측정할 수 있는 수 자는 작년 연말의「보너스」가 일본전국에서 2조5천억 원에 달한 사실이다. 한 사람 평균액이 8만5천 원이고「보너스」를 많이 내는 회사의 경우를 보면 대졸 10년 근무가 약 30만원. 어떤 회사의 접수구 안내양은 지난여름의「보너스」와 저금을 합쳐서「유럽」으로「스키」여행을 간다는 판이고, 그래서 연말연시를 이용한 해외「그룹」여행은 12월도 못 되어 만원이었다니 과연 경제대국일본이라는 그들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일본을 이끄는 40세 이상의 맹렬한 지도층은 자기의 동상을 만들려고 들 덤빈다. 훈장이나 동상은 그들이 갖는 위인의「이미지」고 출세하면 당장은 국가가 내준다지만 동상은 주지 않으니 안주면 자기가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동상 만드는「붐」이 일기 시작했다.
돈만 내면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동상은 싼 것은 6만원의 부각으로부터 2백만 원이 넘는 입상까지 월 산 30개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성업중이라니 언젠가 일본은 동상 투성이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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