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 외유에 얽힌 내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예산 따내기 경쟁은 외유촌지와도 관련>
정부-여당은 새해 예산안 작성을 거의 마쳤다. 얼마 있으면 국회에서 이 예산안을 심의해서 나라 살림이 확정된다.
의원들은 예산심의에서 자기 소속 상임위원회의 소관 예산을 증액하는 경쟁을 벌이다 시피 하는데 그 대부분은 소관부처의 사정을 잘 알고, 또 선거구사업을 위해서 이지만 간혹 당원들 자신을 위한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각 부처에서는 소관 상임위원들의 외유경비를 일부 부담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국제의원연맹(IPU)「아시아」의원연맹(APU)등 국제회의나 친선사절단으로 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경우에는 국회예산으로 정식 출장을 나가지만 상임위원들끼리의 외국여행엔 소관 부처의 도움을 조금씩은 받는 다는 것. 말하자면 예산제도 시찰(예결위원), 도시계획시찰(내무위원), 낙농업시찰(농림위원), 통신시설시찰(교체위원), 해외시장조사(상공위원)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의원들 외유는 이밖에도 외국상사와 국내업소의 초청에 의한 것도 많다.
국내 H상사에 의한 의원들의 동남아 시찰 여행이나 외국상사인「걸프」나「지멘스」등에 의한 세계여행·구라파 여행 등은 널리 알려진 상사 초청「케이스」다.
국내외 업자를「스폰서」로 한 외유는 특정업자의 이해관계 개입의 의혹을 사고 명분이 떳떳치 못한 탓인지 보통「비밀 리」에 외유계획이 짜여진다.

<여론 꺼려 따로 출국 교체 위 007작전>
교통 위의 이상희 위원장을 비롯해 정진동·정래정 의원 등 교포위원 5명의 외유가 그 좋은 예이다. 지난 6월11일부터 7월15일 사이에 서독「덴마크」「스웨덴」「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그리스」「모로크」「홍콩」평소 일본 등지를 돌아왔다.
교통위원들이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해외여행 신청서는 그 여행 목적이「서독상업계시찰」로 되어 있고 경비는「초청 자 부담」으로 되어 있으나 그 내막은 그렇게 단순치만은 않다.
이 서류에 첨부된 주한서독 대사관의 공란은『귀하가 서독의 산업과 최근의 통신시설 시찰에 초청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왕복 여비와 체재비는 서독 측(「저먼·사이드」에서 부담한다』고 되어 있는데… 초청 자는 서독상사「지멘스」이며 경비 부담도「지멘스」. 초청 자와 경비 부담 자를 공식으로 밝히지 않은 채 한달 동안 세계를 주행했으며 외국상사 초청의 외유가 국가체면을 손상하고 떳떳치 못했음인지 이들은 따로따로 출국해서 동경에서 만나고, 혹은「코펜하겐」의「티보리」광장에서 집합하는 등… 말하자면「외유의 007작전」을 벌인 것이다. 더구나 이 의원들은 국내의 관계업자로부터 상당액수의 여비보조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아 일부의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평균 2∼3천불 소지, 여-야 일각서 자제론>
의원들의 외유, 소요되는 돈은 적지 않다. 한 사람 외유에 평균 2천불 내지 3천불은 소요되며 여유 있는 의원들은 항공료와 체재비 등 빼고도 2, 3천불씩은 가지고 나간다는 얘기다.
임시국회가 끝난 지난 7윌18일 이후 공화당에서 만도 외유를 신청한 의원은 81명이나 됐으며 신민당 의원도 30여명이나 되어 3분의2이상이 외유를 하려는 준비에 바빴다. 그러나 박정희 공화당 총재는 당 소속의 의원들의 외유를 삼 가토록 지시해서 의원 외유는 대폭 억제되고 있다.
이 외유 금지령은 해외공관으로부터의 호소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유럽」과 동남아의 몇몇 해외공관에서는 의원들의 안내·접대에 공관직원들이 동원되어 일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해 왔다고 한다.
국정을 다루는 의원들은「밖에서 한국을」봐야하고 해외에 안목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근래에는 감군 문제 때문에 미국에 건너가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업자나 소관 행정부처 및 그 산하기관을「스폰서」로 한 외유도 적지 않아 본분이탈의 외유는 적절히 자제되어야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야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