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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길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필터」담배의 길이가 84㎝에서 앞으로 77㎜로 짧아진다고 한다. 담배 길이를 7㎜나 줄이면 적어도 9억3천 만원 이상의 제조비가 절약된다는 전매청의 얘기다.
담배 길이가 짧아지면, 사람들은 그만큼 더 많은 담배를 사 피우게 될 것이다. 이것까지 합치면 정부의 수입은 이중으로 불어날게 뻔하다. 실상 담배와 국고와는 역사적으로 깊은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나폴레옹」은 영국과의 전쟁으로 궁핍해진 국고를 담배 전 매제 채택으로 메운 적이 있다.
담배를 몹시 싫어했던 영국 왕「찰스」2세도 담배로 국고의 증수를 꾀했었다. 그런가하면 그 시대「찰스」1세는 끽연하는 것을 탄압하려다 반란까지 일어난 일이 있다.
l8세기의「프러시아」정부도 화재 예방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끽연을 제한한 적이 있다. 여기 반발한 민중은 억압된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욕구의「심벌」로 더욱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끽연의 습관은 처음에는 속병이나 유행병 앓이의 예방책으로 유행된 적도 있지만, 요새는 순전히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 담배의 길이도 그때그때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서 결정되어 나갔다.「사이즈」에는 대체로 70㎜의「레귤러·사이즈」와 80㎜의「롱·사이즈」, 그리고 85㎜의「킹·사이즈」 의 세 종류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표준이다.
한동안은「희망」담배와 같은「레귤러·사이즈」가 제일 흔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 몇 해 동안에 담배 길이가 늘어난 것은「니코틴」의 해독을 덜기 위해서 이기도 했지만 멋을 살린다는 이유가 더 컸다.「킹·사이즈」가 생겨난 것은 부녀자들의 끽연이 증가한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길수록 더욱「스마트」하게 보이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니까 담배 길이가 짧아진다고 그 자체를 별로 탓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멋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 길이가 짧아지면 사람들은 그만큼 담배를 더 알뜰하게 피우게될 것이요, 건강에도 그 만큼 더 해가 올 염려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도 국고만 늘어난다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시는 애국자도 계실 것이다.
그렇지만 잎담배 절약을 위해서라는 이유라면 이러나 저러나 담배의 절대 소비량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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