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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에서 분권체제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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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치열한 기업 경쟁 속에서 경영합리화 방안의 하나로 과학적인 인사관리제도의 실시가 요구된 지는 오래다. 합리적인 인사관리는 적절한 인사고과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인사고과는 바로 인사관리의 「핵심」으로 일컬어진다. 18일 고대 기업경영연구소가 주최한 「인사고과제도의 실제」「심포지엄」에서 고대 경영대학원 이준범 교수는 서구문명의 도입에 따른 사고방식일반의 급속한 전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인사관리기준은 여전히 학력과 근무년수를 토대로 한 전형적인 연공서열에 두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바로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윤리관 내지 가치관에 근거하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기업 관리자들은 아직까지도 이 같은 가치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인사고과제도의 필요성과 활용저지 요인 분석」의 주제아래 이 교수가 주장한 내용을 보면―.
인사고과의 결과는 급여·상여금·승진·교육훈련·배치전환 등 인사관리전반에 이용되고있으나 그 궁극적인 목적은 인사관리기준을 종업원의 근무의욕을 높일 수 있는 「능력주의」원칙에 두자는 데있다.
인사고과제도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인사권을 일선 담당 부서의 장에게 주어야한다. 이는 종래의 중앙집권적인 관리체제로부터 분권적인 관리체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 우리나라는 새로운 인사고과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인사권은 여전히 상부에 집중돼있다. 우리나라 국영기업체의 예를 보면 인사권에 관한 한 중간 관리층에서는 부장급이 다소 인사권을 갖고있을 뿐 그 이하에서는 거의 없어(별표참조) 인사고과가 제대로 실행될 수 없음을 나타 내주고 있다.
인사고과가 당초 목적대로 실시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간관리자의 관리의식 결여에 있다. 이는 ①집권적 관리체제 ②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기인한다. 권한 위양이 잘 안되고 있는 이유에 관한 설문결과 3천 4백 20명의 국영기업체 종업원 중 1천 48명이 「종래의 타성」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이 「이권을 놓기 싫어서」 8백 55, 「상위자의 독재성」 7백 1, 「부하의 부정부패」1백 34, 「부하의 무능」 1백 17, 무응답 5백 65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상위자의 권위주의사상과 이권에 대한 애착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정한 인사고과가 행해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 한편 관리의식이 결여되고 있는 중대한 이유는 성과주의 경영사상이 부족한데 있다. 관리자의 원가의식이 희박하고 무사안일주의적인 경영사상이 몸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불충분한 우리나라의 인사고과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권한 위양, 특히 일선부서의 장에 대한 인사권의 위양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계장 혹은 과장의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이 부하직원을 자신의 의도대로 지휘 통솔할 수 있게 해야한다. 둘째 관리자에 대한 교육으로 인간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케 해야하고, 셋째 앞으로의 경영통제는 집행과 정에 대한 사전통제에서의 경영성과에 대한 사후통제로 전환돼야한다. 각 부서의 경영능률을 높이기 위해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한 차별적인 보상제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또한 성과주의 예산제도에로의 회계제도 전환도 아울러 요구된다. 넷째로 앞으로의 인사고과는 능력 및 업적평가에만 치중하지 말고 종업원의 능력개발에도 활용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고과시에 종업원의 성격 및 적격평정도 아울러 실시하고 고과결과는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할 것이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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