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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데카」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제13회「메르데카」배는 드디어 한국「팀」의 차지가 되었다. 3년 전에 공동 우승한바 있는 강적「버마」를 16일 밤 결승전에서 물리친 것이다.
3개월 전 세계축구대회가 시작되던 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전례 없는 축구「붐」이 일어났다. 어딜 가나 축구얘기가 빠지지 않을 만큼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게 됐었다.
일제시대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안창남, 밑을 굽어보니 엄복동…』하는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비행기로는 안창남, 자전거로는 엄복동을 당해낼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기록상으로는 별 것 아니었다. 그러나 이 노래에는 민족적인 긍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슬픔과 울분이 이런 노래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도 있다.
그후 우리나라에는 「마라톤」에 손기정이 나왔고 전국 시 대항축구시합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었다.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비교적 돈이 들지 않는 「스포츠」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행했었는가보다.
공이 있고 빈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축구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스포츠」는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국력과 정비례해서 발전한다는 정설이 생기게 되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기량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지 않으면 그만이다.
「마라톤」한국이란 말이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린 것도, 이런 때문이라고 할까. 한편 「메르데카」축구에서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우리네 국력이 높아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세계축구와 「메르데카」축구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축구「팀」이 세계축구대회에서 결승「리그」에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팀」이 「쿠알라룸푸르」로 떠날 때 관계자들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장담했었다. 그후 예선에서 부진하니까 여러가지로 험담들이 나왔다. 그러다가 정작 우승을 하게되니까 이번에는 당장에라도 세계축구의 결승「팀」에 낄 수 있는 것처럼 비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에 명년도 세계축구대회에서 우리「팀」이 우승한다면…. 이런 꿈같은 얘기는 축구 「팬」이 아니라도 다시없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찌보면 안창남과 엄복동을 내세워가며 자위하던 심정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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