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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스타 가게] ① 구현대아파트의 동아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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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단지 안 금강아케이드 건물 1층에 있는 동아서점은 강남구에 ‘남은’ 14개 서점 중 하나다. 2001년만 해도 45개였던 서점이 14개로 쪼그라드는 동안 동아서점은 1985년 33㎡(10평)로 시작해 92년엔 66㎡, 지금은 99㎡(30평)로 확장했다. 장사가 잘돼 계속 옆 가게를 사들인 거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도 할인해서 파는 온라인 위세에 나가떨어지는 마당에 정가를 고수하는 동네 책방이 어떻게 승승장구하는 걸까. 이재남(50·여·사진) 사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처음 이곳에서 서점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최고의 동네이기 때문이다. 경제력 높은 사람이 모여 사니 책 장사가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은 셈이다.”

-30년 가까이 같은 장소에서 장사했으니 그 동네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유재석씨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는다. 한 번 오면 10권씩 사 간다. 지난번엔 아내와 아이랑 같이 왔더라. 베스트셀러 위주로 사 가는데 이달 초엔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사 갔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도 가끔 온다. 전문서적이 아니라 소설 같은 일반도서를 구입해 간다. 방송인 임성훈씨는 자주 들러 건강 관련 책을 주로 사 간다. 김희애씨의 두 아들도 최근 제주도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많이 왔다. 참, 미국 조기유학 중에도 방학 때면 들러 만화책을 사 가던 홍정욱 전 의원도 기억에 남는다.”

-동네 서점이 위기라는데 여기는 반대다.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떻게 계속 확장했나.

 “98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금강개발에서 이 상가를 분양했다. 그때 책방 바로 옆의 작은 수퍼마켓을 사들여 지금 크기로 확장했다. 3.3㎡(평)당 2300만원을 줬는데 지금은 1억원이라고 하더라. 임대료는 80년대 후반에 이 정도 크기 매장 임대료가 월 360만원 수준이었는데 아마 지금은 500만원은 넘지 않을까.” -통계상으로는 압구정동의 중·고생 수가 급감했는데 체감할 정도인가.

"그렇다. 예전에 책값이 1000~1500원일 때도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벌었는데 요즘은 그만큼은 못하다. 그래도 논현·청담·반포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가 된다”.

-다른 서점이 없어져도 살아남은 비결이 뭔가.

 “동네 특성에 맞게 책을 빨리 구비한 게 대형·인터넷 서점의 위세에 흔들리지 않은 비결이다. 요즘은 학교마다 수행평가를 한다. 수행평가 때 필요한 일반도서나 학년별 문제집·참고서를 빠짐없이 구비해 놓는다. 또 이 동네 주민 자녀들이 다니는 압구정중·청담중·신사중·신구중 등 인근 중학교에서 필독 목록으로 지정한 책은 물론 사립 초등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책까지 완비해 놓는다. 동네 논술학원에서 쓰는 도서도 당연히 챙기고. 전국구 서점이라면 이렇게 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 초·중·고가 다 있는 동네 서점이니까 가능한 거다.”

-각 학교 관련 정보를 어떻게 그리 잘 아나.

 “서점 도매상인 ‘출판사 총판’에 가면 중학교별 ‘교과서 현황표’가 나온다. 예를 들어 ‘신구중 국어 교과서는 창비’라는 식으로 정리돼 있다. 그럼 신구중 학생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집을 갖다 놓는 식이다. 또 각 학교 수행평가에 필요한 도서는 그 책을 찾으러 우리 서점에 오는 학생들한테 프린트(유인물)를 빌려 복사해 카운터 옆에 묶어서 걸어 놓는다.(※서점 벽에는 학교별 필독 도서 목록표가 붙어 있었다.) 이외에도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그게 뭔가.

 “여기서만 30년 가까이 장사했다. 우리 책방을 찾았던 훌륭한 애들을 많이 봤다. 좋은 대학에 간 아이들이 중·고교 때 무슨 책으로 공부했는지 다 아는 거다. 가끔씩 어떻게 공부하는지, 무슨 책으로 공부하는지 학생들에게 직접 묻기도 한다. 또 우수한 아이들이 유학 갈 때 썼던 SAT 교재가 뭔지, 떠날 때 어떤 어학도서·용어사전을 사 갔는지 다 기억한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에 간 애들이 뭘 사용했는지 훤하다는 거다. 이런 축적된 경험을 우리 서점을 찾는 중·고생들에게 이야기해준다. 멘토 역할을 해주는 거다.”

-그런 서비스가 장사에 효과가 있나.

 “금방 소문이 나더라. 압구정동뿐 아니라 강남구 청담동·삼성동, 서초구 서초동·반포동 등에서도 우리 집에 찾아온다. 손님들이 ‘대형 서점엔 없는 책(참고서)이 이곳에는 다 있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는 총 8만여 권을 구비하고 있는데, 그중 40%가 초·중·고 참고서다. 학습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건 다 갖고 있다. 우리 가게는 책을 할인해 팔지 않는다. 정가제인데도 많이들 찾아온다.”

글=유성운·심영주·조한대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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