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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기모노」·「게다」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13일UPI동양】일황「히로히도」(유인)는 8월 15일이 되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제물에 된 3백만의 위패를 안치한 동경 일우 무도관에서 제례를 올릴 것이다.
이 제례는 『참을 수 없는 곤욕을 참으라』고 애소하던 항복발표 방송이 있은 지 25년만의 행사이지만 실상 오늘의 일본인들은 그 당시의 정황이나 심정과 동떨어진 상태. 「기모노」와 「게다」의 시대는 사라진 것이다.
70년 8월의 일본은 25년 전의 그것과 전혀 별개의 것이다.
옛 동경의 「월가」라 일컸던 「마루노우찌」를 메운 청춘남녀들은 「파리」의 유행 「드레스」, 「런던」의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고 「마이카」 다 「텔리비젼」이다 하고 읊조리며 신장도 그들의 중년부모들보다 12·5㎝가량 커졌다.
그들의 부모들은 일본군인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삼고 「사이판」, 유황도의 옥쇄를 자랑으로 알고 「가미까제」(신풍) 돌격도 주저치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자위대는 25만 8천명의 지원병을 확보하는 것조차 힘드는 형편이다.
1945년 8월 30일 「더글러스·맥아더」장군이 「아쓰기」공군 기지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일본정부는 그의 일행을 영접할 자동차 30대를 동원하는데도 진땀을 뺏지만 지금은 1천 5백만대의 차량이 고속고가도로를 넘쳐흐르고 있다.
기성세대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쟁 속에 사라진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어 아직도 30세대와 40세대의 애정물과 전시가요가 곧잘「텔리비전」화면을 통해 당시를 회상케 한다. 수백만의 일본인들은 이번 토요일의 「텔리비젼」「프로」를 통해 무도관에서 제례를 지내는 천황의 모습을 보게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다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보는 것일 뿐 시간의 흐름 속에 일순과도 같은 촌막극에 불과한 것이다.
1945년의 일본은 그 흔적조차 보기 어렵다. 오늘의 일본, 바로 그 자리에는 전혀 다른 세대의 국민, 전연 다른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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