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말할 날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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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숭이가 인류의 조상이냐 아니냐하는 해묵은 논쟁이 최근 심리학자들의 이색적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이색적 실험이란 사람과 원숭이간의 가장 큰 차잇점인 「언어사용능력」을 원숭이들에게도 가르쳐보자는 것-. 원승이가 말까지 배운다면 3세기를 버텨온 신학자들도 진화설을 인정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실험은 「하버드」 대학과 「네바다」대학에서 실시되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네바다」대학 「팀」이 기른 것은 「워쉬」라는 이름의 6살박이 「침팬지」 암놈. 이들이 「침팬지」를 택한 것은 원숭이 종류 가운데 가장 지능이 발달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지능이 발달했어도 사람목소리를 흉내내기에는 생리구조상의 난점이 많으므로 비교적 쉬운 벙어리들의 수화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워쉬」는 거의 모든 감정과 의사를 손짓만으로 충분히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프레매크」교수는 7살박이 「침팬지」암놈에게 『글읽기』를 가르치는데 성공, 사람과 원숭이 사이에 본격적인 차잇점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라」라는 이름의 이 원숭이는 약 1백 30개의 단어를 암기, 간단한 것은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읽고 쓴다고 해서 사람들처럼 발음해서 읽거나 연필로 쓰는 것은 아니다. 마치 자동차 운전사들이 좌회전·위험 등을 특수표지로 나타내듯이 「사라」도 이런 방식으로 읽고 쓰는 것이다.
예컨대 「바나나」라는 단어를 써놓으면 「바나나」그림이 있는 표지판을, 「초록빛」이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초록색 표지판을 들어 보이는 따위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 「사라」는 『연구실 앞에 붉은색의 숭용차가 있다』라는 얘기도 표지판의 나열로 가르쳐 주곤 한다는 것.
이와 같은 실험결과가 발표되자 대부분의 학자들은 원숭이들이 사람들처럼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성대, 입술 등의 구조가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특수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론은 『유인원의 인류 조상설』에 상당히 과학적인 뒷받침을 제공해준 셈이 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언어가 무엇보다도 『의사전달의 기능』을 본질적 속성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원숭이들의 언어사용이란 단순한「흉내」이므로 「의사소통의 기능」은 못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단 흉내를 배웠던 원숭이들도 나이가 차면 야성동물로 되돌아간다는 점은 『언어에 의해서 순화되어 가는 인간』과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불 렉스프레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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