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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휴전의 성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동분쟁의 주요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통일「아랍」공이 8일 평화협상을 위한 90일간 휴전을 발효시킴으로써 3회의 전면충돌과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뒤범벅돼온 20년 중동사태에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야링」「유엔」특사의 주도하에 시작됐다.
「이스라엘」과 「아랍」공이 일부 강경파의 반발을 물리치고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휴전을 발효시킨 것은 앞날의 협상결과야 어떻든 간에,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던 중동사태를, 미소 양대국의 직접개입 가능성마저 없지 않던 또 하나의 전면전 일보 전 벼랑에서 급전직하 협상을 통한 평화달성의 길로 일보 전진 시켰다는 점에서 우선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이리하여 중동사태는 67년의 「6일 전쟁」이래 처음으로 평온을 되찾게 된 것 같으나, 협상의 전도에는 여전히 많고도 복잡한 장애물들이 가로놓여 있다. 중동분쟁의 당사자로는 「로저즈」 평화안을 받아들이고 「수에즈」운하 양안에서 휴전을 실현시킨 「이스라엘」·「아랍」공·「요르단」외에, 「이라크」 및「시리아」와 10여개의 「팔레스타인」항쟁조직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이들 「게릴라」조직은 몇개 미약한 단체를 제외하고는 철저 항쟁을 선언하고, 어떠한 휴전도 거부하면서 대「이스라엘」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어 상호불신 가운데 간신히 이뤄진 취약한 휴전에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중동분쟁은 아직 군사적 국면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벗어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6일 전쟁」후의 주요사태 변동으로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의 상대적 약화로 나타난 대체적인 힘의 균형과 번번이 거듭된 「아랍」국가들의 군사적 실패에 환멸을 느낀 강력한 「게릴라」조직들의 등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대 「이스라엘」 협상에 『용기와 이성』을 보인 「아랍」공의 「나세르」대통령과 「게릴라」조직의 『국가 내 국가』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요르단」이 협상 과정에서 음양으로 가할 것으로 보이는 「게릴라」조직체들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라 하겠다. 또 지난 20여년 동안 「이스라엘」지배와 「아랍」국가들의 통치하에서 거의 구걸이나 다름없는 난민생활을 해온 2백 50만 「팔레스타인」 「아랍」인 문제는 협상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야링」특사가 주도할 협상의 의제로는 67년 11월 22일자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①「팔레스타인」난민문제의 『정당한 해결』 ②주권·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의 상호인정 ③「아랍」점령지로부터의 「이스라엘」군 철수문제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영토가 아니라 『안전한 생존』이라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고 합법성이 인정되는 경계선을 설정하려면 「요르단」강 서안·「시나이」반도·「가자」지대·「골란」고지·「샤름·엘·세이크」 요새·「예루살렘」구시 등 점령지 문제 등에 얽힌 난마가 풀려야 한다. 「이스라엘」의 협상 수락을 『중동판의 「뮌헨」재연』이라고 비난하는 「이스라엘」의 「가할」당 등 강경파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해방 이외에 어떤 해결도 반대한다는 「아랍·게릴라」들이 최대 압력으로 작용할 곳이 바로 이 영토문제 처리에 있다.
이러한 잠재적 또는 현실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협상 성공에 유리한 요인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미소 양국이 어느 때 보다 직접대결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다. 둘째, 「아랍」공 측은 협상 즉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됐었을 지난날의 약세를 면하게 됐고, 또 「이스라엘」측도 자기주장만을 고집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 세째, 지난 20년간 전쟁에 시달린 당사국 지도자들은 외세에 의존하는 대결 속의 『무장군영』생활에 지친 국민의 복지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그들이 쓰라린 과거를 돌이켜 보지 말고 호양의 정신으로 임한다면, 또 좋든 궂든 정면대결을 피하려는 미소의 압력만 적절히 작용한다면, 중동평화는 결실을 거둘 것으로 믿어지며 또 마땅히 그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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