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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체 방위지출 증액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포터」주한 미국대사는 6일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원들을 위한 연설에서 한국의 군사력이 미국 원조가 감소되더라도 계속 그 실력을 유지하려면, 한국 자체자원에 의한 한국정부의 반응이 적시적이고, 효과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여, 자체부담으로 안보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다.
그는 「아시아」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 연간 GNP의 평균 5.3%를 방위지출에 할애하고 있으나, 한국은 4.1%에 불과하다고 지적, 한국도 이러한 수준으로 방위지출 부담을 높일 경우, 금년 안으로 2백30억원을 추가 배당해야 하며, 개인당 지출도 이 지역 국가들의 13「달러」에 비해 9.5「달러」에 불과하므로 대충 연간 3백50억원을 더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현 경제여건은 자체 방위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입장이라 지적하고, 특히 『3차 5개년 계획의 방위지출은 대폭 증가하는 방향에서 짜여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포터」 대사의 이와같은 발언은 한국의 유일하고도 최대의 맹방인 미국 대사로서의 발언이니만큼, 그의 주장이 미국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건, 혹은 단순히 그의 사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건간에 주목을 요한다. 선의로 해석해서 그의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는 한국도 이미 경제적으로 자립을 바라볼만한 단계에 도달했으니 방위비 부담도 자력의존을 지향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포터」 대사가 한국의 자립을 위한 성장도를 높이 평가하여 주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 가운데는 한국경제 규모와 국방예산과의 비율 실태를 제대로 파악치 못한 나머지 한국으로서 감당키 어려운 과중한 방위비 부담을 요구한 듯한 느낌을 주는 대목도 있어, 우리로선 선뜻 그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그의 입론의 근거는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들의 대GNP 평균 방위지출(5.3%)에 비하여 한국의 그것(4.1%)이 낮다는데 있는 듯하나 이런 통계숫자가 과연 진실에 부합하는가도 의문이지만, 특히 그의 이와같은 입론에는 한국이 현재 전체예산의 25% 이상을 해마다 국방비에 충당하고 있어 열전중인 월남을 제외하고서는 동남아국가 가운데 국방비 부담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과중한 국방비 부담으로 말미암아, 간접적으로 국가안보면에서 큰 혜택을 입고 있는 일본은 방위비 지출이 연간 GNP의 1% 미달이고, 전체예산의 7% 밖에 되지않는 형편인데, 극동방위의 전초적 위치에서 과중한 국방비 부담으로 경제건설과 국민 소비생활에 무거운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더러 현재 수준 이상의 방위지출을 감당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불공평 또 가혹한 요구가 아닐까.
최근 수년 내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국제적인 주목거리가 되어있음은 부인치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이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이미 외국으로부터 25억「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얻어 썼는데, 앞으로는 이 거액 차관의 원리상환 때문에 많은 제약을 당할 가능성이 짙음을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여 자립의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과중한 방위지출이 주는 경제건설에 대한 압력을 되도록 경감해야 하고 또 이런 노력을 하는데 있어서 미국의 이해깊은 협력에 기대하는 바 매우 큰 것이다.
「포터」 대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막대한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투자 분위기를 망치거나 미국의 다른 국가들의 대한투자 분위기를 저해할 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닉슨·독트린」의 결과야 어떻게되든 덮어놓고 관계국가들에 과다한 국방부담을 짊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통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도 한다. 우리는 이 신축성 있는 발언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한국경제의 현실이나 한국경제 규모와 적정 국방비와의 관계를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한국이 당면한 곤란을 해결하는데 더욱 우정어린 원조를 증강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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