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집에선 도청탐지기 발견 … 오피스텔엔 충성맹세 편지 57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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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탐지기와 조직원들의 충성서약 편지, 검정 비닐에 싸인 5만원권 1000장.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파트와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발견한 것들이다. 검찰이 2일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서에 따르면 이 의원의 서울 마포 오피스텔에선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따른 조직생활을 강조하는 내용의 자필 메모 강의안 2점과 김용순 전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통일의 문을 열자’ 등의 이적표현물 10여 점, 오디오테이프 10개와 CD·DVD 17장, 플로피디스크 7개 등이 나왔다. 특히 도청탐지기도 발견돼 이 의원이 평소 수사기관의 내사에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해 왔는지 가늠케 했다.

 그가 사무실로 이용한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선 신발장 아래 검정 비닐에 싸인 5만원권 1000장과 서재 옷장의 등산가방에 있던 5만원권 820장 등 9100만원의 돈다발이 발견됐다. ‘지자체 들어가 공세적 역량 배치’라고 적힌 자필메모도 있었다. 특히 이 의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편지도 57통이 나왔다.

 이런 물품들을 확보하기까지 국정원의 압수수색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마포의 개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막 시작됐던 지난달 28일 오전 6시58분, 이 의원은 사무실 근처에 모자를 쓰고 변장한 채 모습을 나타냈지만 압수수색 현장을 목격하곤 황급히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체포동의서엔 그가 타고 간 택시의 차량 번호도 적시돼 있다.

 이 의원을 대신해 그의 비서 이모씨가 압수수색에 극렬히 저항했다. 이씨는 수사관이 유전자 감식을 위해 칫솔 등을 압수하려 하자 욕실 문을 걸어잠그고 기물을 없앴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에 응할 것을 종용하자 그는 “들어오면 대가리를 박살낸다”며 버텼다고 적시돼 있다. 이런 모습은 검찰이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권호·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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