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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우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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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나안」은 인류의 이상향이라고 말한다. 구약성서의 「욥」기에 보면 이곳은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낙원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욥」기는 이렇게 시적인 묘사를 하고있다. 창세기에도 우유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이스라엘」민족의 선조「아브라함」은 신에게 「버터」와 우유를 대접한다. 「힌두」교도의 경전 「베다」는 BC 1400년에 기록된 것이다. 이때에도 「버터」를 먹었다.
그러나 역사 이전 초원의 유목민들이 우유를 상식으로 삼은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목시대라면 적어도 몇 천년 전을 이른다.
우유는 꼭 젖소의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영어의 「밀크」속엔 젖소 염소 양 들소 사슴의 젖이 모두 포함된다. 이 중에도 수분이 적고 기름진 것으로는 사슴의 젖을 친다. 단백질하며 지방 당분 등이 어느 것보다도 풍부하다. 북부「유럽」한대지방의 주민들은 이 사슴의 젖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다.
2차 대전 무렵, 「유럽」의 주부들이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한잔의 따끈한 「밀크 !』를 절규하던 눈물겨운 모습들은 인상적이다. 우유는 어쩌면 평화와 행복의 「에센스」처럼 느껴진다. 그처럼 정감에 넘친다. 그 향기며 맛은 얼마나 유순한가. 외국영화의 장면에서도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의 식탁엔 으례 우유가 준비되어 있다.
영국 국민은 일상생활에서 「칼슘」의 90%, 「비타민」B의 30%, 단백질의 30%, 각종 「비타민」·철분의 10%를 이 우유에서 섭취한다.
1인 1년 당 「밀크」의 소비량이 제일 높은 나라는 「핀란드」이다. 무려 3백 3kg을 기록한다. 그 다음이 「뉴질랜드」(218kg), 「에이레」(217kg) 등이다. 미국·영국·「스위스」「스웨덴」·「캐나다」 등 고소득 국의 「밀크」소비량은 2백kg에 가까워지고 있다. 「프랑스」는 「밀크」소비가 적은 대신 「치즈」의 소비국으로 세계 제1이다. 한국은 연 총 생산량이 겨우 3만 5천 4백 70t에 불과하다. 「밀크」는 이른바 생유로 마시지는 못한다. 적당한 살균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살균법으로는 『HTST방식』이 있다. High Temperature Short Time. 고온이라지만 71∼73도C. 불과 15초 동안 이만한 온도로 가열하면 된다. 「이상적 살균」이란 「밀크」의 풍미를 온전히 지키며, 다만 유해균만 없애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의 우유는 어떤가. 허용 세균량의 무려 5천배의 보균기록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세균우유를 매일처럼 마시고 있는 「대장균 천국」이 한국인 셈이다. 젖도 꿀도 없는 이 땅은 정녕 이상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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