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치차원 떠나 법리적으로|윤재명(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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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제도의 개선을 위해 여야 원내총무가 정치절충을 벌였었지만 중요 문제점에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야당 단독으로 선거관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안됐다.
이같이 하여 대통령 선거법, 국회의원 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의 개정안이 내무위원회 심의에 넘겨진 만큼 내무위는 정치적인 차원을 떠나 법리적인 면에서 충분한 검토를 해야할 것이다. 특히 선거를 7, 8개월 앞두고 선거관계법의 개정안을 심의하는 만큼 당략이나 혹은 개인적인 이해득실에 구애되지 않도록 여야는 피차 냉철해야 할 것이다.
신민당이 제안한 개정안은 40여 개정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그 중에서 선거인 명부의 작성권 이관, 지역구 증설, 관권개입을 막기 위한 각종 제한 조항이 주요한 대목을 이루고있다.

<선거구는 지세 등 감안도>
첫째, 지역구 증설문제=신민당이 제안한 국회의원 선거법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지역구를 재조정하는 지역표시가 되어 있지 않으나, 지역구의 인구기준율을 현행의 2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춘 것은 지역구를 재조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여진다. 국회의원 선거법상의 지역구 획정 기준은 다만 인구의 다과에만 의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구역, 지세, 교통상의 편의 등 여러 가지 조건을 함께 감안하게 되어있어 현행의 2O만명 인구기준으로 한다 하더라도 지역구를 재조정하려 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구는 입후보하려는 경쟁자들의 선거지반 구축과도 관련되어 있어 이것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은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특히 제7대 국회에서는 이미 선거관계법의 개정이 있어 지역구를 1백 31개에서 1백 46개로 조정한 바 있다.

<명부작성 이관 비현실적>
조정된 지역구로서 한번도 총선거를 치르지 아니하고 다시 지역구를 증설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으며 결코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둘째, 선거인 명부작성 사무 이관문제=신민당이 제안한 선거관계법 개정안에서는 선거인 명부작성 등 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지방행정기관을 믿을 수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선거인 명부작성 등 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이관함에는 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와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최소한 3, 4명의 직원을 증원하여 고정 배치하여야만 하게된다.
그러나 선거인명부는 주민등록표에 의하여 작성하는 것인 만큼 지방행정기관을 믿고 안 믿고가 문제가 될 수 없으며 만일 주민등록표 작성에 의심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한다면 지방행정기관의 주민등록표 정리 사무결과 보고에 의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게 하는 신민당의 이번 개정안도 그 의심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되지 못한다.
선거인 명부를 주민등록표에 의해 작성하도록 하는 한, 주민등록표를 작성, 정리하는 지방행정기관이 전 책임을 지고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요, 효율적이며, 국고를 크게 절약하는 길이 된다.

<행정기관 불신하는 입법>
셋째, 타락 선거 방지문제=타락 선거 방지를 위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정치인이 모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서로 경계하여야 할 줄 안다. 그러나 타락선거를 방지하기 위함이라 하여 국법의 정상적 운영을 일부나마 일시 정지 내지 제한한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행정부 공무원의 정상적인 활동마저 의문시하려 하는 것은 지나친 입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신민당 안에서 제안된 선거사범신고자 포상제도는 국민상호간의 불신사조 조장으로 선거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너무도 도외시하는 단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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