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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문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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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덥다. 8월은 연평균 기온이 제일 높은 달이다. 대구·전주 등 내륙지방은 평균 26도C를 기록한다. 서울은 25·4도C-. 말복(8일) 무렵까지는 아무래도 30도C를 견디어야 할 것 같다.
부채 (백우선)를 흔들기도 귀찮구나.
숲속에나 들어가 벌거숭이가 될까.
건을 벗어 석벽에 걸면 머리에 스치는 솔바람.
당 시인 이백의 「하일산중」. 도시의 무더위 속에선 이런 시구로나 청량을 찾을지-.
현대인은 자연을 잃은 지 오래다. 적어도 도회지에선 「인공의 계절」만 기승을 부린다. 어딜 가나 선풍기가 돈다. 그리고 「빌딩」들의 냉방시설은 사계 중엔 없는 제5의 계절을 구가한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은 바로 그 인공계절의 부작용으로 하나 둘 앓아 눕기 시작했다. 「뉴요크」시는 벌써 며칠째 폭염 속에서 열과 습기와 공기오염에 허덕이고 있다. 동경도 역시 광화학「스모그」경보가 내렸다. 시민들은 눈이 쓰리고, 토사가 나며 목이 아파 비명을 지른다. 지상의 배기 개스가 안개와 함께 하늘을 덮으면, 그 지역은 마치 이불 속에 묻힌 격이다. 태양의 맑은 햇살은 지상에 닿지도 못하며, 지상의 공기는 그 「이불」속에서 팽창한다. 이른바 「스모그」현상이다. 오뉴월에 솜이불을 덮고 있는 경지를 상상하면 된다. 「뉴요크」시는 삽시간에 악마의 도시로 변했다. 시민들은 「에어·컨디션」만 찾는다. 전력의 용량은 어쩔 수 없이 늘어나야 한다. 「뉴요크」시에 전력을 대고있는 「에디슨」전기회사의 발전기는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전력공급이 많아 질 수록 이 화력발전소의 굴뚝은 맹렬히 연기를 뿜어야한다. 그 연기는「스모그」현상을 더욱 촉진한다. 하늘은 점점 암흑으로 덮인다.
「애디슨」회사는 그만 발전량을 5%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번엔 「에어·컨디션」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빌딩」들의 「엘리베이터」들도 기력을 잃고 늑장을 부린다. 지하철도 자연히 속력을 늦추지 않을 수 없다. 도시는 순식간에 지옥경을 이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신마비-. 이것이 바로 현대의 문명 한 여름이다. 실로 인간은 스스로 그 문명의 횡포 앞에서 손과 발을 들고 만 꼴이다. 「뉴요크」시의 「스모그」경보는 그런 현대문명의 허구를 보는「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그나마 우리의 8월은 아직도 순결한 구석을 지키고 있다. 모두 잃어버리기 전에 이 8월을, 그 해맑은 태양을 우리는 마음껏 구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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