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리포트] 집안이 편안해야 손님도 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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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 정부의 최우선 경제과제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이다.

전(全)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4,세계무역의 1/3, 수십년 지속되는 고성장의 동북아. 그 금융.비즈니스.물류.IT.관광 중심으로서의 한국. 누구든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에 동참할 만하다.

그런데 과연 그 잠재성과 우리의 열의에 이끌려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에 같이 나설까. 어떻게 그 '손님'들이 우리를 찾도록 할 수 있을까.

손님들은 우선 언제 찾아도 자기네를 환영하는 집을 찾는다. 모이면 손님 욕을 반찬삼고 환영하기는커녕 대놓고 '오지 말라'는 집은 찾지 않는다.

우리 속에 자리잡아 걸핏하면 고개를 드는 '외국 것'에 대한 거부감, 외국상품에 대한 고관세와 수입규제, 외국인투자에 대한 온갖 규제를 그대로 두고 그들이 우리에게 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 상품이건 문화건 외국 것에 대해 '열린'마음과 제도는 동북아 경제중심의 첫째 조건이다.

손님은 또 주인을 본다. 주인이 오락가락하는 집은 멀리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르고, 또 설사 정책이 조령모개 식으로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는 규제가 널려 있는 나라는 꺼린다. 나라 정책을 일관성있고 투명케 해 앞이 내다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동북아 경제중심의 또다른 조건이다.

또 손님은 화목한 집을 찾는다.

아무리 국내기업보다 외국기업을 더 환대해도, 정부의 횡포에 기업들이 옥죄여 사는 나라는 찾지 않는다. 자기도 그렇게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나라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적정규제'의 최소화, 손님맞이로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이다.

손님은 식구들이 양순하고 바지런한 집을 찾는다. 한때 우리의 치열한 향상 욕구는 근면과 고성장으로 나타났었다.

요즈음은 "저 사람은 잘 사는데 왜 나는 못사는가"하는 상대적 빈곤감과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난다. 의욕 저하와 강성 노조는 당연한 결과다. 월급을 줘 가며 강성 노조를 즐길 기업은 아무도 없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노사화합은 손님맞이에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평안한 집에 손님이 깃들기 마련이다. 늘 분란이 있고 언제 누구 손에 '불바다'가 될지 모르는 집은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다. 안에서 이렇게 불안한데 바깥 사람들이 느낄 불안은 오죽할까. 한반도 평화, 동북아 경제중심의 절체절명의 전제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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