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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의 원형 무대서 벌어지는 향연|이 「오페라·시즌」개막| <로마=정신규 통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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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시는 지난 16일 「베로나」시의 자랑인 세계 최대의 야외 극장 아레나에서 「오페라·시즌」이 개막되어 축제 분위기에 들떴다.
북으로는 알프스, 서쪽엔 알프스의 거울이라는 가르다 호수, 그리고 시 한 가운데는 아름다운 「포」강이 흐르는 베로나 시에서 오페라 축제가 시작된 것은 1913년.
1813년8월10일 세계적인 작곡가 베르디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한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이 오페라 공연에는 당시 최대의 테너였던 체나텔로, 소프라노에 「에스테르·마출레니」, 「메조·소프라노」에 「마리아·가이」, 베이스에 「가우디오·만수에토」가 배역을 맡았고 합창단 지휘는 「페루치오·쿠시나티」, 무대 장치는 건축가 「에토레·파쥐올리」가 맡았다.
공연은 첫날부터 큰 성공을 거두어 8번의 앙코르를 받았다.
아테네 극장은 길이 1백70m, 너비 1백40m, 높이 30m의 크기에 관객 2만5천명을 수용하는 타원형의 노천 극장이다. 아테나가 건축된 것은 기원 후 1세기말 로마 제국 시절이었다. 로마 제국에서도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 다음으로 큰 규모였던 아테나는 그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되어 있어 190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선조의 정서와 흥분이 후손들에 의해 재연되는 터전이 되고 있다.
아레나의 무대는 너비 50m, 길이 30m의 크기. 출연자 3백50명 (발레리나와 엑스트러 포함), 때에 따라서는 기마대, 코끼리, 낙타까지도 등장한다. 그밖에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4백명, 각종 스태프까지 합치면 1천여명이 넘는 인원이 공연마다 참가한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천은 무려 3만m와 안감에 쓸 같은 길이의 천, 3천벌의 옷, 그밖에도 3백50평방m의 나무와 못 종류 4천㎏, 7천 평방 미터의 액자나 그림이 소요된다.
아레나의 「오페라·시즌」은 세계 각국의 상설 오페라 극장이 쉬고 있는 6월∼8월말 사이에 열린다. 따라서 세계의 일류 연주자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되며 때마침 관광 철을 맞은 베로나에는 관광과 오페라 감상을 위해 찾아오는 이탈리아와 세계 각국의 손님으로 가득 찬다.
아레나의 한 시즌 매표액은 5억 「리라」 (2억5천만원). 입장권을 구하려고 몇 달씩 진을 치고 기다리는 광경도 볼 수 있다.
공연 한 달 전이면 베로나의 호텔은 벌써 만원이 되며 외국에서 오는 예약 신청은 이미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붐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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