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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된 기쁨|미 일류 학자 「마거리트·미드」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의 인류 학자 「마거리트·미드」여사는 69년10월 처음으로 외손녀를 보고 할머니가 되었다. 다음은 미드 여사가 한 할머니로서의 느낌을 적은 소박한 글을 미국의 여성 잡지「레드북」에서 초역 한 것이다.
작년 10월9일로써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아주 조그마하고 연약한 아기의 탄생은 놀랍게도 집안에서의 내 위치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자녀가 결혼을 하면 손자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번째 손자를 갖게 되면, 더구나 태어날 아기가 나의 경우와 같이 외손자일 때에는 같은 희망과 두려움을 다시 갖게 된다.
사실 나는 손자를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난 38살이나 되어서 첫딸을 낳았으며 그때는 이미 내 또래의 친구들이 손자를 가질만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내 딸 내외는 아들을 낳을 경우에는 세반, 딸을 낳을 경우에는 세반느 라고 이름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딸을 낳자 「세반느·마거리트·커사지언」이라고 이름을 짓고 바니 라고 부른다.
바니가 태어난지 몇 개월 후 내가 처음 바니를 보았을 때 나는 첫딸을 낳았을 때와 같은 이상스러운 감격을 느꼈다.
내가 할머니를 보고 불렀던, 그리고 내 딸이 나의 어머니를 보고 불렀던 『할머니』 라는 위치에 놓여서 나는 옛날에 내가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생활을 회상했다.
나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자라난 윈치스터나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 주였었다. 그리고는 포근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옛날에 읽었던 책을 읽어주셨다. 할머니는 전보에 대해서, 자동차에 대해서 그리고 그 시대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비행기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다. 할머니가 얘기하면 내가 들었고, 내가 얘기할 때면 할머니는 열심히 들어주셨다.
이제는 바니가 춤을 출 곡을 내가 알아두어야 할 차례다. 바니는 제 엄마가 라디오 없는 세상을 감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위성 통신을 통한 「텔리비젼」중계가 없는 달로부터의 통신이 없는 그런 세상을 알지 못할 것이다.
1942년 나는 『나의 할머니에 대한 회상과 딸에 대한 기대』 라는 미국 문화에 관한 책을 저술한 바 있다. 작년 가을 『내 아버지의 어머니와 내 딸이 낳은 딸』 이라는 세대의 간격을 다룬 책이 출판되는 날 나의 외손녀 바니는 태어났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변천하는 세계에서 생기를 찾기 위해 손자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손자는 그들 자신은 알고 그들이 모르는 세계에서 선조들의 경험을 알기 위해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필요하다.
나는 나와 바니와는 우리 사이의 세대 차를 넘어서 서로 대화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나의 할머니가 나에게 얘기해주는, 내 얘기를 들으며 할머니의 세계를 나에게 전해준 것처럼 나의 세계를 바니에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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