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자 70~80%가 무증상 … 똥배로 착각해 방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아산병원

최근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한 데 이어 자궁을 적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발성 자궁근종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궁근종은 20대 여성에게서는 10명 중 2·3명, 40대에서는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최근 영상진단술의 발달로 진단율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사진) 교수에게 자궁근종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들었다.

 -자궁근종 환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4명 중 1명꼴인데, 왜 생기나.
 “안타깝게도 원인은 잘 모른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자궁경부암은 성생활과 바이러스 감염 등과 연관돼 있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많은 연구에서도 어떤 식습관이나 생활양식, 바이러스 감염 등과 연관지을 수 없었다. 다만 여성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 여성호르몬 분비를 인위적으로 줄이면 자궁근종 크기가 줄기 때문이다.”

 -증상은 어떤가.
 “자궁의 어떤 위치에 근종이 생겼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근종이 자궁 안쪽인 내막에 위치하면 출혈도 생기고 통증이 심하다. 하지만 자궁 바깥쪽에 근종이 생겼다면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전체 환자의 70~80%는 무증상이다. 크기만 점점 커져 처음에는 똥배인가 생각하고 근종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 근종이 크면 혈액이 중심부까지 공급되지 못해 자체적으로 괴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또 자궁근종이 여러 개 생긴 경우 출혈이 심해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혹은 떼어내는 게 원칙인가.
 “아니다. 얼굴의 혹과 비슷하다. 불편하지 않고 암으로 변하지 않으면 놔두기도 한다. 자궁근종도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을 때는 그대로 둔다. 근종이 5~6㎝ 이상으로 커져 방광이나 장 등을 누르면 소변을 자주 보고 배변 장애가 올 수 있다. 근종의 위치에 따라 출혈이 생기면 빈혈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증상이 나타나거나 환자가 불편해하는 정도가 크면 떼내는 것이다. 크기가 10㎝ 이상이라도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떼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크기가 아주 커지면 배가 불룩하게 나오고 괴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은 해야 한다.”

 -어떤 치료법이 있나.
 “혹을 떼어내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배를 가르고 자궁을 열어 혹을 제거하는 것이다. 근종의 위치를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고 정확하게 꿰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강경수술도 있다. 배에 구멍 2~3개만 뚫고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넣어 자궁근종을 떼어내거나 분쇄한다. 개복술에 비해 피부 상처가 적고 유착 위험이 적다. 또 수술 후 통증도 적고 입원 기간도 2~4일로 개복 수술 1주일에 비해 짧다. 직장 복귀까지 시간도 개복술은 2~3주 정도 쉬어야 하지만 복강경수술은 훨씬 짧다. 하지만 누구나 복강경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기가 너무 크거나 복강경이 들어가기 어려운 위치에 혹이 있다면 개복술을 해야 한다. 또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분만 시 수술 부위가 터질 수도 있으므로 개복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색전술도 있던데.
 “자궁근종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아 피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근종이 자연스럽게 수축돼 줄어든다. 배와 자궁을 가르거나 뚫지 않아도 되므로 자궁 손상이 가장 적다. 하지만 종양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약 20~30%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 수축이 서서히 되므로 효과를 완전히 보려면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자궁근종 융해술도 있다. 100도 가까운 고열로 자궁근종을 괴사시키는 치료다. 역시 자궁 손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근종 크기 감소 효과는 50~60%로 색전술보다 효과적이다. 대체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간혹 열이 방광이나 소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경험 많은 의사에게 시술받도록 해야 한다.”

 -자궁을 들어내기도 한다던데. 효과는.
 “자궁근종을 떼냈는데 계속 재발하는 사람이 있다. 수술한 환자의 20~40%에서 재발이 생긴다. 근종이 하나였던 사람보다 여러 개였던 사람이 재발이 더 잘 된다. 이런 사람은 수술을 반복하느니 차라리 자궁을 떼어내기도 한다. 또 근종이 여러 개여서 출혈 양이 많은 사람,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등은 자궁 전체를 떼어낸다. 주로 임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많이 한다. 자궁 적출 후에 몸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많은 임상시험 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성생활과도 연관이 없다. 다만 심리적인 이유로 위축되기 쉬울 뿐이다.”

 -임신과의 관계는.
 “자궁근종이 있으면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다. 태아가 착상하는 자궁내막에 혹이 있으면 근종 때문에 착상이 어려울 수 있다. 착상과 전혀 관계없는 위치에 혹이 있으면 임신이 잘 되기도 한다. 근종을 떼어낸 후에도 주의해야 한다. 떼어낸 자리가 자궁내막이면 상처 때문에 착상이 어려울 수 있다. 또 수술한 자리가 얇아져 출산 과정에서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을 해야 한다.”

 -어떻게 예방하나. 검진 방법은.
 “병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발견한 뒤 추적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일단 자궁근종이 처음 발견되면 6개월~1년 간격으로 크기를 관찰해 악성(암)으로 변하지 않는지, 갑자기 빨리 크지 않는지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초음파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는 1% 미만으로 흔치 않다. 빨리 크는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야 한다.”

 -한약으로 치료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약이 어떤 원리로 자궁근종을 치료하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한약을 먹고 크기를 줄인 분들을 봤다. 하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반대로 한약을 먹어도 계속 크기가 커지는 분도 있다. 양의학으로도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여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약제를 쓰면 자궁근종 크기가 줄어든다. 근종 크기가 너무 큰 경우 호르몬제제로 크기를 줄이고 수술하기도 한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배지영 기자

관련기사
▶ 통증에 "살려달라"던 20대女, 결국 결혼 4년만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