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가 발리를 폭파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폭파범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관련기사

기획

특집

발리는 세계에서 가장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섬으로 대부분의 주민이 힌두교인들이다.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들은 종교적, 인종적 폭력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열대 지방의 아름다운 섬 발리는 상대적으로 그런 문제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토요일 밤까지는 그렇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리조트 타운 쿠타의 사리 클럽 외부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으로 인해 산산이 조각이 났다. 이 폭발로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던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에서 두 가지 문제가 대두되었다. 누가 이번 공격을 감행했으며, 왜 발리가 공격 대상이 되었는가?

호주 모나쉬 대학교의 글로벌 테러리즘 프로젝트의 선임 연구원 데이비드 라이트 네빌 박사는 발리를 목표물로 선택한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번 폭발 사건의 범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나, 단체의 주요 목적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 목적은 바로 비종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현 인도네시아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번 폭탄 테러가 서방 세계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결론을 내리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네빌 박사는 이번 폭탄 테러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이슬람 과격 단체들의 공동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일련의 대혼란을 일으키고자 한 것이다. 다른 종교 단체 사이의 분쟁을 선동하고, 정부 통치력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인도네시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이 과격 이슬람 단체 하에 재결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확실한 '서방 세계'를 공격하려는 결정은 여전히 상당히 중요하지만, 주로 2차적인 문제였다.

인기있는 관광지

테러 배후자가 누구이건, 그들은 나이트클럽과 자유분방한 술집들로 명성이 높은 유명 관광지를 목표 대상으로 선택함으로써, "타락한 서구의 생활방식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보내고, 서방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경제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업계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서, 범인들은 인도네시아 국고에 수백만 달러를 보태주는 주요한 경제 분야에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이유들을 총괄해보면, 발리가 확실한 공격 목표가 된다고 라이트 네빌 박사는 말한다. 특히나 쿠타는 젊은 배낭여행객들과 서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지나고 보면 명백한 결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누가 이번 공격을 감행했으며, 누가 자원을 지원했는지에 대해 좀더 명백한 결론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라이트 네빌 박사는 수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테러 조직망의 성장에 대해 연구해 왔다. 물론 아직 좀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이번 공격의 패턴은 분명한 용의자를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증거물들은 이 번 사건이 제마 이슬라미아(JI)의 소행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공격을 감행할만한 동기를 가진 단체는 제마 이슬라미아 뿐이다"고 그는 말한다.

알 카에다 연계성

미국과 이 지역의 정보원들은 제마 이슬라미아가 동남아시아에 과격한 전이슬람 거대 국가를 만들려는 목적을 갖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 조직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제마 이슬라미아의 일부 공작원들은 1990년 중반부터 후반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리스트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며, 전문가들은 제마 이슬라미아가 알 카에다와 작전상의 협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이 정보들은 올해 초 싱가포르에서 미국인 대상 공격 음모를 꾸미다가 체포된 제마 이슬라미아 요원들을 심문한 후에 알려진 것이다.

서방 정보원들은 과격파 이슬람 성직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가 제마 이슬라미아를 이끌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살고 있는 많은 온건파 이슬람교도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테러 전술

서방 정보 집단으로 부터 제마 이슬라미아의 지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 아부 베이커 바시르.
라이트 네빌 박사는 이번 폭발 사건을 감행할 만한 조직적 능력이나, 훈련과정, 동기를 가지고 있을 만한 조직은 제마 이슬라미아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능력은 알 카에다와의 연계의 결과물이다.

게다가 "공동으로 거의 동시에 일어난 공격의 특성이 매우 중요한 점이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와 "이 단체의 군도적 특성을 보여주겠다"는 제마 이슬라미아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리에서의 세차례 폭발 사건은 술라웨시 섬의 필리핀 영사관 외부의 폭발 사건이 있은지 단지 몇 시간 후에 일어났다. 필리핀 영사관 폭발 사건 그 자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것이지만, 이는 지난 3주에 걸쳐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발생한 최소 7개의 폭발 사건의 일부로 보여진다.

분석가들은 공동으로 동시에 일어난 폭발 사건들과 알 카에다 연관성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찾아낸 테러리스트 훈련 책자에 보면 '공동으로 동시에 일으키는 폭발'이 주요 전술로 설명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격의 시기 역시 이 폭발 사건에 알 카에다가 관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를 제공해 준다고 말한다. 이번 공격은 예멘 아덴에서 미 해군 구축함 콜호(USS Cole)가 테러공격을 당한 뒤 정확히 2년이 되는 시기에 일어났다.

하지만, 라이트-네빌은 공격의 시기는 우연의 일치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제마 이슬라미아의 전투 명령은 예상치 않았던 공격을 노리고 있다"며"이번 공격이 콜호 폭파 사건 2주기를 염두에 두고 감행된 것은 아니라고 거의 확신하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도들과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마 이슬라미아의 능력을 보여주는 메시지 전달이 그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주요한 증거들

그렇다면, 증가하는 공격을 고려해 볼 때, 이런 규모의 폭발 테러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어떤 경고가 사전에 있었는가?

라이트 네빌은, 지나고 생각보니 "그렇다.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주요한 증거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보의 많은 부분들이 거짓 정보의 홍수에 뒤섞여버렸다는 것이다. 거짓 정보는 폭발물이나 총구와 함께 제마 이슬라미아의 병기, 전략에 있어서 주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이미 많은 제약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정보국은 사실과 거짓된 정보를 구별해낼 능력이 없다.

발리 폭발 사건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고 라이트 네빌은 말한다.

"이제 우리는 이 지역의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동남아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현장이라고 생각했었다. 토요일 폭발 사건 후, 우리는 동남아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의 선두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Joe Havely - CNN Hong Kong
김수진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