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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살릴 스톡옵션, 형식 논리로 묶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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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스톡옵션 과세에 대한 정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과세 완화를 요구하는 벤처업계에 대해 원칙론으로 일관한다. 7월 16일 기획재정부가 인터넷에 올린 해명자료를 보자. “(일각에서 주장하는) 스톡옵션 과세 완화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 세금 분납은 이미 발표했다”는 것.

 싸늘했던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창조경제특위는 28일 23개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스톡옵션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포함했다. 위원들은 세제와 회계처리 기준 완화를 통한 스톡옵션 활성화가 벤처 붐을 조성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정부와 협의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위원은 “여전히 반대 논리도 있었지만 벤처인들의 목소리를 전한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사실 스톡옵션 하면 회사 임원들이 자신의 배불리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벤처기업으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스톡옵션 규제 필요성을 부정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벤처기업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들에겐 스톡옵션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벤처에서 코스닥 상장의 중간단계에 있는 중견 벤처기업에 스톡옵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초기 벤처는 인재에게 회사 지분을 바로 준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등에서 투자를 받아 지분 구조가 어느 정도 정립되면 바로 지분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우수 인재를 대기업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스톡옵션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스톡옵션 부여 대상도 넓히고, 회계 기준도 완화해주면서 벤처기업들이 스톡옵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예산 들이지 않고 벤처 정신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있는데 형식적인 관료 논리와 ‘배 아픔’의 정서법에 얽매이는 건 옳지 않다. 그게 진짜 창조경제로 가는 길이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