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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감축과 한미일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한미군의 감축제안으로 한국이 안전보장에 있어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10일 일본의 좌등 수상은 미군이 「아시아」및 태평양지역에서 철수한 후, 그 지역에 대한 미군의 군사적 역할을 일본이 대신 맡을 생각은 추호도 없음을 밝힘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좌등 수상은 AP기자와의 단독회견을 통해 『우리는 일본이 적절한 방위군사력을 보유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국민이 미국의 역할을 떠맡는 것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의 일본정책은 「아시아」국가들의 번영을 위해 일본의 국력에 알맞게 협력해 나가는데 있음』을 밝히고 『한월 등 분단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일부 군사력주둔의 계속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좌등 수상의 이와 같은 발언은 『「아시아」방위의 「아시아」화』를 추진하면서 「아시아」집단안보의 핵심적 역할은 미국에 대신하여 일본이 맡아주기를 기대하던 「닉슨』의 대아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지만, 그것이 결코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좌등 정권은 68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에서 「닉슨」후보가 『「아시아」방위의 신구상』을 발표한 직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미일관하여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대신 맡을 생각이 없음을 되풀이 주장해 왔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번의 발언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점차로 현실화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일본이 한국안보에 대해서 군사적 책임을 맡을 의사가 전무함을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69년11월 「닉슨」-좌등 회담 이후의 미일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은 일본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절대 필요하다(essential)』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이 말의 해석을 둘러싸고 한미일3국내외에서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좌등 성명을 통해 명백해진 것은 일본의 한국안보에 대한 경제협력의 범위를 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힘으로써 한국안보에 대해 어쩌면 일본이 군사적 지원을 해 주리라던 온갖 억측·기대·환상을 깨트리고 말았다할 것이다.
일본은 69년 현재로 국민 총생산고 약2천억 「달러」, 국가예산 규모 약2백억 「달러」에 달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국방비는 불과 15억 「달러」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일본이 그 살림규모에 비해 매우 근소한 대가를 치르고, 국가안전보장을 받고 「아시아」의 역사상 미증유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일본의 안전보장을 책임지고 또 일본방위의 전초적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이 과중한 군사적 부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국제정치상점하고 있는 위치나, 국력의 크기를 감안, 진실로 「아시아」의 안전과 평화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일본은 자국방위나 「아시아」의 집단안보를 위해 군사적 책임이나 부담을 현재보다도 훨씬 더 많이 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들의 소위 「평화헌법」과 국론분열을 이유 삼아, 「아시아」안보에 있어서의 군사적 책임 부담 증가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는 기본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비추어서 대 「아시아」정책을 결정, 실천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자체가 결정지을 문제요, 우리로서 왈가왈부할 바 아니다. 다만 우리로서 말하고 싶은 것은 주한미군 감축 후 한국안보를 위해 일본이 군사적 지원을 해주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은 곧 터무니없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고, 또 일본은 경협을 구실 삼아 안보에 있어서 불안을 느끼는 한국을 경제적으로 예속하려는 것이 아니가하는 우려를 조금이라도 일으키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좌등 발언은 분단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주둔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 는 일본의 책임회피를 위한 구실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침략 위협에 떨고있는 「아시아」제국의 가혹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정당한 평가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제의에 대해서 우리의 국론은 「선 보장·후 감축」의 선으로 압축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미국의 조야는 한국의 안보를 조만간 일본에 떠맡길 생각을 가지고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반드시 버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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