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나라 흉내 좋아하는 우리유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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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라디오」나 TV에 나오는 한국의 유행가가 어쩌면 일본 유행가와 그렇게 닯았읍니까···가사는 모르겠지만 곡이라든지 창법이 너무 비슷해서 내가 한국 땅에 온 실감이 없어집니다』(촌송강 일 평논가) 『그러나 전혀 일본 것이 아닌 다른 것도 많더군요‥·아마 그것이 한국의 재래 민요인가 보죠…뭐랄까 출렁거리는 것이 지붕 처마의 휘늘어진 맛이나 여자들의 휘늘어진 치마같은 느낌…』(도널드·킨 미「컬럼비아」대 동양학과장)
『왜 미국의 노래 흉내를 냅니까? 한국적인…너무나 한국적인 전통예술이 고미술 같은 데선 풍부한데 노래에서는 그것이 없는 것 같아요…』 (존·업다이크 미 소설가)
이상은 지난번 제37차 국제「펜」대회에 참석했던 각국 대표들이 바쁜「스케줄」가운데에서도 잠깐 잠깐「라디오」나 TV에서 보고들은 우리나라 유행가에 대한 촌평들이었다.『일본의 유행가는 그래도 우리 옛 노래의 전통이 각양각색으로 엉키어서 가사, 노래가 그때그때 변천해 온 흔적이 뚜렷하지만 한국의 유행가는 어딘지 모르게 일본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같다』 (촌송)
『나도 그건 동감이에요…하지만 노래는 일본가수보다도 잘 부르는 것 같아요…조촐하고 안존하고 참 부드럽고…다시 말해서 일본 가수 목소리에는 특히 여자의 경우 「부끄럼」을 전혀 못 느끼는데 한국 여자가수의 노래는 품이있고 여자다운 부끄럼을 느끼게 해요…아마 일기가 좋고 물이 좋아서 목소리가 그렇게 예쁜가 보죠?』(도널드·킨)
『토요일에 잠깐 어느 TV의「쇼」를 보았는데 참 좋더군요… 특히 그 무대장치는 미국이나 일본 것에 조금도 뒤지질 않았어요… 내 딸도 신이 나서 「원더풀」을 연발하고 손뼉을 치더군요…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찮은 미국 노래를 흉내내는 것과 「댄서들의 율동이 서로 이가 맞지 않아 좀 거슬리더군요… 하지만 한국서 이런 훌륭한「쇼」를 보게 된 것은 정말 뜻밖이었어요』(존·업다이크)
중계자가 이들 촌평에 대해서 더 부언할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 나름대로 적절하고도 따끔한 평을 내렸으니까 말이다.
역시 세계적인 지성인이고 예민한 사람들이라며 이상 혹평은 안 했지만 요컨대 남의 흉내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다 같은 의견인 것 같다.
당해자는 심사숙고해 볼일이다.

<이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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