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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를 누빈 중동 전 007|이스라엘 스파이 로츠 회고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텔라비브6일로이터동화】1961년부터 5년간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던 서독인 「블프강·로츠」씨의 회고록 『카이로 임무』가 최근 이곳에서 출판되었다.
1965년 2월 카이로에서 체포, 그해 8월 종신중노동형을 선고받은 후 지난 68년에 석방된 로츠씨 현재 행방은 일급 비밀로 가려져 있다.
007 소설의 주인공 「제임즈·본드」와도 같이 로츠씨의 간첩 생활은 드릴 있고 화려했다. 그는 196l년1월부터 65년 체포되기까지 이집트 정부와 정책에 동조하는 쾌활한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돈 많고 매력적인 경마 애호가로서 이집트 정부의 많은 요인들의 방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내 상관은 내게 「1급 비밀 첩보원은 1개 여단의 군대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 일이 있다』고 회상했다.
로츠씨는 매우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으며 이집트 고위 장교들의 막연한 술친구여서 그들로부터 무심히 흘러나오는 중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고 이 친구들이 그를 보호해주기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그와 그의 처는 텔라비브의 지시에 따라 한 비밀 미사일 기지에 잠입하다 잡힌 일이 있었는데 이집트 군사 정보국의 친구들이 보증을 서주어 석방되기도 했다. 귀한 친구가 수에즈운하 「로키트」기지로 피크닉을 갔다가 간첩으로 잡혀서 우리가 풀어주었다니 멋진 소설 감이야』하고 소리 치더라고 로츠씨는 회상하고 있다.
그날 밤늦게 이 장성은 그에게 미사일 기지에 있는 서독 전자 기술자들을 감시해 달라는 일종의 간첩 활동을 요청했다. 로츠씨는 한동안 주저하다가 결국 이 사실을 둘만의 비밀로 하기로 하고 승낙했다고 한다.
비밀 첩보원 로츠씨는 무전기 및 기타 통신 수단을 이집트로 들여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한번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수많은 이집트 친구에게 선물할 것이 큰 걱정 거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세관 관리들에게 똑같은 전기 믹서 5개, 전기 면도기 9개, 스위스 제 자동시계 10개, 녹음기 3개 등을 갖고 가는 이유를 설명하긴 매우 곤란했다』고 술회했는데 다행히도 그의 절친한 친구인 한 경찰 간부의 덕택으로 10여개의 짐 보따리도 무사히 통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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