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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48시간 내 치고 빠지기 … 시리아 공습, 명령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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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긴급 회견을 했다. 케리 장관은 CNN으로 생중계된 이 회견에서 “미국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회견을 계기로 미 언론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가장 큰 관심은 군사작전의 시점이다. 케리 장관은 회견에서 “행정부는 의회 측과 향후 며칠 동안 활발한 의견수렴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행동에 앞서 증거들을 모을 것”이라고 해 공격이 하루 이틀 내에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엔 조사단의 활동이 마무리되는 주말쯤을 ‘디데이’로 예상했다. 현재 시리아 내에선 유엔 조사단이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다. 미 의회는 여름휴가 기간으로 정회 중이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의 경우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민주·공화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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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우리 군은 비상대책 상황에 돌입했으며 명령만 내리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28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중해에서는 이미 긴박한 군사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시리아에서 불과 160㎞ 떨어진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기지에 전투기와 군 수송기 여러 대가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 역시 원래 배치돼 있는 핵잠수함 외에도 군함 여러 척이 최근 훈련을 위해 지중해로 떠났다고 전했다.

 군사작전에 대해선 최대한 짧게 치고 빠지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상원 외교위 간사인 밥 코커(공화·테네시) 의원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인 만큼 공격은 외과수술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은 지중해 동부에 이지스함과 구축함 4척을 배치해놓고 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크루즈미사일을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장을 48시간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공습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포린폴리시는 1999년의 코소보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규모 전투기가 투입된 2011년의 리비아 방식보다는 99년 코소보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99년 코소보 사태 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과 함께 유엔의 동의 없이 코소보를 공습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장관, 헤이글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 의사결정권자들은 국제문제 해결에서 전쟁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만큼 군사작전의 명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케리 장관도 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세계의 양심에 대한 충격” “가장 악랄한 무기” “죄 없는 시민에 대한 학살”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125개국의 서명을 거쳐 97년 발표된 국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군사작전의 명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182개국으로 늘어난 CWC 가입국에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도 포함돼 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가 고심하는 부분은 전쟁에 식상한 국민 여론이다. 지난주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25%만이 시리아 사태 개입에 찬성하고 있다. 군사작전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지율은 9%에 불과하다. 케리 장관이 회견에서 “화학무기 피해자들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며 “아버지의 입장에서 떠올리기조차 싫은 장면”이라고 강조한 건 군사 개입에 부정적인 여론을 겨냥한 일종의 호소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러시아·중국의 거센 반대도 미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등 서방국가의 군사행동 움직임을 비판했다. 왈리드 모왈렘 시리아 외무장관도 27일 “미국의 공습은 알카에다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며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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