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전염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람은 누구나 경험을 쌓아가면서 살아간다. 이것을 깨닫고 있으면 현명한 사람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리석다고들 한다.
돈 주고는 못 사는 게 경험이라느니, 경험은 쌓아갈수록 좋다고 경험주의자들은 말한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경험 속에서 싹터 나간다』고 「존·로크」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경험이란 그저 구세대가 새세대를 누르는데 쓰는 제일 값진 무기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오스커·와일드」와 같은 사람은 경험이란 거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미래도 과거나 마찬가지일 것임을 알려줄 뿐이라고 비꼬았다.
그래서 비교적 온후한 「앙드레·모롸」까지도 『경험은 우리의 지혜를 증가시켜 주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경험이란 현명한 사람에겐 별로 필요가 없다. 또 현명해야만 경험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경험이란 사실 우자에게 제일 필요한 교사가 된다. 그러나 경험을 활용할 만한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이 많은 법이다. 이들이 쌓아 올리는 경험이란 그저 과오와 우행들의 누적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닌 게 보통이다.
어쨌든 경험처럼 좋은 학교는 없다. 다만 이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인생도 끝이 난다는 게 경험의 유일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험은 이토록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름이면 장마철이 오고, 장마철에는 여러 가지 전염병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도 해묵은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지식이다.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 환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서 작년에는 5천4백명 이상이나 되고, 그 희생자도 56명이나 되었다 한다. 그러니까 별일 없는 한 올 여름엔 더 심해지리라는 예측은 경험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릴 수 있는 판단일 것이다. 지난 2일 전북의 어느 두메 마을 한 국민교생 40여명이 장「티푸스」에 걸려, 휴교령을 내리게 되자 당국에서는 황급히 전국에 수인성 전염병 주의보를 내렸다.
그러나 병원이 되는 전국의 부정한 우물물을 제대로 소독할 만한 약품량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딱한 얘기다. 이런 때야말로 귀한 경험을 살려 모두가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경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