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공격 명령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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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공격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전쟁 준비가 끝났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20일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걸프지역에 파견된 미군과 영국군은 지금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히고, "현재 걸프 지역에 배치된 양국 전력은 대통령이 결정만 내리면 되는 시점에 와 있을 정도로 '충분(ample)'하다"고 덧붙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공격시 미군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에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과 바그다드 등 대도시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부는 철저한 대응 방안들을 마련해 놓았다"고 밝히고, "미군이 터키내 군 기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병력운영 전략도 세워뒀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걸프 지역에 집결한 미군과 영국군 병력은 15만명 이상으로 이달 말까지 추가 파병이 계속돼 6대의 항공모함을 포함해 20여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억압받는 이라크 국민이 자유의 날을 맞게 될 순간이 다가왔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는 이를 내던져 버렸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영국은 오는 24일 이라크가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했다고 선언하는 두번째 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양국 관리들이 이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이 결의안에 '최종 시한(deadline)'을 명시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자진 공개할 시간을 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결의안은 사실상 이라크 공격에 앞선 마지막 수순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과 영국은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3개국이 안보리 표결 때 기권하도록 설득하는 외교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양국이 이들 3개 상임이사국에 기권을 종용하는 한편 앙골라.기니.칠레 등 비상임이사국들의 지지를 확보해 표결 통과에 필요한 9표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외교전이 진행되면서 미국은 이라크 공격 시기를 다음달 중순으로 늦췄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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