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맑은 물 사랑운동' 펼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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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물의 해다. 유엔이 올해를 물의 해로 지정한 이유는 이제서야 물의 중요성을 인식해서가 아니다. 물이 이제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의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서다.

*** 물도 이젠 석유 같은 전략자원

여기서 말하는 기본적 인권이란 물이 인간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뜻이다. 사실 공기와 함께 물은 없으면 곧바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 시민들은 평상시에는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인들도 물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은 둔감한 편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식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 매년 3백만명 이상이 비위생적인 식수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 국가에서 살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물은 석유처럼 중요한 전략자원이 된다. 하지만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가 없다. 그래서 좋은 물, 맑은 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전 국가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이런 노력을 지금부터 본격화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분쟁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지역간 분쟁이 격화돼 엄청난 사회적.경제적 에너지가 낭비될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의 물 부족량은 2006년부터 연간 4억t, 2011년부터는 연간 20억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개선하고 대비할 것인가. 우선 전국민적인 '맑은 물 사랑'운동이 필요하다. 맑은 물은 건강의 요체요 국력의 시작이다. 그럼 맑은 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좋은 나무와 숲이 보존된 자연녹지가 많을수록 맑은 물이 늘어난다.

둘째는 먹을 수 있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좋은 물은 필수의 생존 조건임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또 이런 물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 질좋은 물의 양을 늘리고 관리.공급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필수적 인권자원인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이 생활 속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빗물이 거의 유일한 담수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1천2백70억t의 빗물을 하늘로부터 받지만 이 중 재활용되는 빗물의 양이 26%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직도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 수재의연금을 걷고 비가 조금만 덜 와도 농촌에 양수기를 보내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언제까지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계속할 것인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민에게 물부족의 심각성과 대안 모색을 위한 투자재원의 확보를 위한 환경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수돗물 값 등 환경 관련 제품의 중요성과 가격 현실화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 수자원 확보에 국가적 노력을

현재 한국의 수도 요금은 세계적으로 싸다. 물값을 무조건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현재 한국의 지방 상수도 요금은 생산 원가의 86% 수준이다.

반면 생수나 정수기.식당 등에서 사먹는 고급 물값은 말 그대로 기름값보다도 더 비싸 생수 가격이 수돗물 값의 1천4백배나 된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

선진국은 우리보다 더 좋은 물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물값은 훨씬 비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환경교육과 빗물 절약, 생활용수의 절약과 재활용 등에 대한 관심이 높고 투자와 연구도 활발히 진행한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방치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유층은 좋은 물과 좋은 환경을, 빈곤층은 더러운 물과 더 나쁜 환경을 그야말로 대물림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화예술인들도 작품활동과 대중활동시 환경과 맑은 물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맑은 물 사랑과 에너지 절약의 실천이 곧 생명운동임을 일깨워야 한다.

윤희자(맑은 물 사랑실천協/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