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타자에게 지면 내가 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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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강돈(52) 북일고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공주고 김훈호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구 각이 좋아서 우리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이 감독의 ‘불길한 예감’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공주고 우완 에이스 김훈호(18)가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26일 북일고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119개의 공을 뿌리며 8이닝 3피안타·7탈삼진·5볼넷·3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대회에 4경기에 나와 20과3분의1이닝을 던지며 2승을 올려 팀을 이끌었던 그는 결승전에서도 호투했다. “마운드에 서면 타자에게 지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진다”는 김훈호는 이날 충청 라이벌 북일고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마음을 더욱 단단히 먹었다. 그는 “북일고는 무조건 잡고 싶었다. 라이벌인 만큼 절대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올랐다”고 했다.

 오중석(40) 공주고 감독은 경기 전 “김훈호가 북일고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훈호 역시 “타자들의 약점을 알고 있어서 더욱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다. 1m88㎝·90㎏의 당당한 체구에서 내려꽂는 공의 타점도 높다. 이날도 김훈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고, 북일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방 허공을 갈랐다.

 4-0으로 앞선 7회까진 안타를 2개만 내줬을 만큼 완벽한 투구를 했던 김훈호는 8회 4연속 볼넷을 내주며 잠시 흔들렸지만, 3실점으로 막아 귀한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공주고 선배 박찬호(40)는 “주자를 내보내도 ‘괜찮다.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자신 있게 던져야 한다”며 대견한 후배를 안아줬다. 김훈호는 “박찬호 선배처럼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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