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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들의 성우회|병원일 틈타 가사배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클럽을 시작한 창설 멤버들로 20여년간 클럽이 지속되는 예는 무척 찾아보기 힘들다. 해방직후인 l946년, 당시 서울여자외과대학(현우석대학) 학생이던 12명의 여성의학도들이 모여 친목을 목적으로 성우회란 모임을 만들어 지금껏 계속해 오고있다.
그간 회원가운데 2명이 직책상 불가피하게, 성우회를 떠났을뿐 현회원 10명은 매달 한번씩 빠짐없이 모이고 있다. 모임의 목적은 친목을 통한 교양과 취미생활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요리기술배우기에서부터 시작했다. 항상 바쁜 병원일로 가정생활을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갈 여유를 갖지 못하여 가사에 관한 지식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서로의 경험을 교환하던 이들은 차츰 좀더 경험을 쌓은 선배의 조언을 필요로하게 되었다. 그래서 초청한 분이 최구(의박 박병래씨부인)여사있다. 최여사는 의원들을 자택으로 초청하고 요리며 한국고유의 생활풍속등의 조언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이 모이던 이 모임을 그후 최여사가 성우회로 이름을 붙였고 지금은 성우회를 이끄는 중요한 지도 멤버로 있다.
성우회원은 전원 소아과의사다. 이 가운데 4명이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우석대 교수 한명을 빼고는 모두가 결혼하여 자녀를 가진 개업의다. 병원일과 가정생활의 분주속에서 한달에 한번이나마 틈을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아니라고 입을모아 말한다. 어렵게 얻은 여가이기때문에 그만큼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의 하나가 시조공부다. 시조작가 이영도씨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이 1년전일이다. 이영도씨는 회원들의 시조솜씨가 놀랍다고 칭찬한다. 단지 표현기술이 부족할뿐 품고있는 정서는 풍부하고 아름답다면서 가장 뛰어난 아마추어 시조작가로 조규근여사를 추천한다. 회윈들은 매달 모임에 자유제목으로 시조를 지어와 이영도씨의 지도를 받고 있다. 조여사는 평상시의 감정도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떠났을때 더 쉽게 글로 쓸수있기 때문에 애써 여가를 마련하여 시조를 지어본다고 한다.
회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우정을 다져가면서 성숙해가는 스스로의 생활을 성우회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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