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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억류된 망향 40년|일기자가 본 타시켄트 한국인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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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조동오특파원】최근 소련의 지방을 여행한 일본 마이니찌(매일)신문 모스크바주재 특파원 요시오까(길강충웅)씨는 중앙아시아의 소련땅 타시켄트에서 약 40년전 강제로 소련에 끌려가 정착한 6천여명의 한국인이 집단농장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다고 크게 보도했다.
요시오까특파원은 이들 한국인들이 망향의 설움에 지치고 지금은 소련인 성을 따고 소련국적을 가졌으며 우즈베크인, 카자흐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타타르인, 키르기스인등 13개국 이민족과 섞여 집단농장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했다.
요시오까씨가 35도의 무더위 속에 타시켄트역에 내려서자 한 부인이 다가와서 모스크바에 다녀오나요? 그쪽은 좀 시원합디까하고 한국말로 묻고는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돌아서더라고 말했다.
그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련국적 한국인의 대부분이 타시켄트와 알마아타주변에 살고 있어 시장에서도 흔히 한국인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만주의 간도와 시베리아의 연해주에 살다가 하룻밤 사이에 소련정부에 의해 강제로 이주됐고 소련국적으로 강제취적할 때 러시아말을 잘 몰라 흔히 듣던 이스크라(불꽃) 크라스나아르미야(적성)등 소련사람들에게는 없는 글자를 성으로 하여 취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시오까특파원이 방문한 타시켄트의 이 집단농장에 2천3백가구 1만2천5백명이 살고 있었는데 반수가 한국인이었고 목화 옥수수 벼농사 과수를 재배하여 이웃 집단부락에서 잘 사는 촌이라는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가축도 소 2천3백마리 양 1만5천마리를 기르고 누에를 쳐 명주실로 연간 30t씩이나 생산하고 있었단다.
이 농장이 생긴 것은 1933년 황무지 벌판에서 처음 20가구의 한국인이 이주하여 벼농사를 시작했고 말도 통하지않는 환경에서 제대로 먹지조차 못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황무지를 개간, 오늘의 농장을 꾸미기까지는 고생이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 살고있는 사람들은 망향의 쓰라림을 이기면서 밭을 간 사람들이 아니고 대부분 그 후손들로서 목화밭머리에 줄지은 포플러의 숲이 수천 ㎞떨어진 고국의 풍경과 흡사하지만 어린이들 가운데 몇 사람만이 이를 느낄는지 알 수 없다고 끝을 맺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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