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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13을 우주서 소환|0.0001%의 실수|나사고장조사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약 2개월에 걸친 철저한 조사끝에 아폴로 13호의 사고가 초보적인 미스에 의해 일어났다는 결론이 났다.
99·9999%의 안전성을 자랑해오던 아폴로 계획의 시스팀 공업도 『천리제방의 개미구멍』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한가지 사고원인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나사(미국립항공우주국)의 랑글레연구소장 코트라이트 박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그밖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아폴로 13호 사고조사위원회는 최근 본문 1백88페이지 부록 9백31페이지, 도합 1천1백19페이지의 방대한 최종보고서를 나사의 페인국장에게 제출했다.
이 조사위원회는 사고 발생직후인 지난 4월17일에 설치된뒤, 13호로부터의 텔리미터기록 검토, 세 우주비행사들의 증언분석, 사고가 난 기계선의 사진분석, 약 1백회에 걸친 지상에서의 재현실현등을 3백명의 전문가를 동원해서 철저히 실시한 끝에 그와 같은 방대한 조사보고서를 꾸미기에 이른 것이다.
기계선(또는 동력선)의 제4격납구의 제2호산소 탱크가 폭발한 13호의 사고는 탱크·히터의 자동온도조절기(서머스타트)에 원래는 65볼트짜리 스위치를 붙여야하는 것을 제작회사가 모르고 28볼트짜리를 붙였기 때문에 히터가 한계고온에 달했는데도 조절기가 작용하지 않은데서 일어났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보고서는 나사당국과 2개의 회사(주 계약회사인 노드·아메리컨·로 크월사와 산소탱크를 제작한 하청회사인 비치·에어·크람트사)가 책임을 나눠져야한다고 예리하게 추급하고 있다. 탱크안의 전기계통은 당초 62년의 설계때는 모두 28볼트짜리로 돼 있었다. 그것을 65년에 65볼트로 변경한 노드·아메리컨·로크웰사가 비치·크람트사에 통지했다. 변경한 까닭은 케네디우주센터의 발사대상의 산소탱크를 가압할때 지상의 보급장치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전압쪽이 소요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치사는 스위치를 65볼트짜리로 바꾸는 것을 잊어버렸고 그뒤 발사전의 실험, 진짜 발사때에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 더구나 발사를 위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 발사관제실의 대형컴퓨터를 사용해서 7백만개의 부분품을 점검하여 완벽에 가까운 성공을 거뒀으면서도 스위치가 틀리게 붙여져 있는 것을 발견 못해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만약 아폴로 13호의 사고가 달에 착륙하여 실험을 마친뒤 지구로 돌아오다 일어났으면 꼼짝없이 비참한 결말을 보았을 것이다.
산소탱크를 가압하는 경우 히터가 한계고온에 도달하면 자동온도조절기의 스위치는 자동적으로 열린다. 그러나 28볼트짜리의 스위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온도가 상승되면서 타 버려 한계에 도달되어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13호는 발사 56시간뒤쯤에 과대전류가 흘렀을때 쇼트를 일으켜 그 불꽃으로 산소탱크가 연소하였고 다시 탱크옆의 가연물질에도 불이 붙은 것으로 결론 지어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사고원인인 스위치를 갈아붙일 것을 제의하는 한편 기계선내의 산소탱크를 저온용으로 설계 변경하고 배선과 모터가 산소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며 테프론 알루미늄등 비교적 가연성이 높은 물질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등등의 여러 가지 설계상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권했다.
아폴롤 13호 사고때문에 70년10월3일의 발사예정일을 2개월 연기했었는데, 이번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모든 원인을 제거하기위해 또다시 내년으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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