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980년 4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 대해 “영구 집권을 획책하려고 하니 (미국 정부가) 경계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주는 외교 문서가 공개됐다.
미 국무부는 비밀 해제 규정에 따라 23일(현지시간) 인터넷 등에 1300쪽에 달하는 1977~80년 인권 및 국제 관계와 관련된 외교 기밀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들에 따르면 80년 4월 29일 당시 패트릭 데리안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는 크리스토퍼 워런 국무장관 대행에게 “한국의 전두환 장군이 중앙정보부장 서리 자리에 오른 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그가 새로운 박정희가 되려고 하거나 유신 같은 영구 집권을 획책하려는 걸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데리안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계엄령을 해제하고 정치적 자유를 확대시킬 수 있도록 미국은 계속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한 데 이어, 80년 4월 17일 중앙정보부장 서리 자리에 오른 뒤 기자회견 등에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77년 5월 11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 위협 때문에 한국에선 독재적 통치스타일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적었다.
77년 10월 20일 윌리엄 오돔 국가안보회의(NSC) 참모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낸 비망록에는 “박정희가 죄 없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더라도 미국은 한국을 여전히 편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게 끝이 돼선 안 되고, (인권 상황을) 수시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