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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레저세 걷자는 강원도 VS 절대 안 된다는 정선·태백 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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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안전행정부와 강원도가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카지노 레저세’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행부와 강원도는 지방재정 확충과 2018 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카지노 레저세가 꼭 필요하다는 반면 폐광지역 주민들은 지역 개발기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것.

 레저세는 현재 경마·경륜·경정·소싸움에 붙는 지방세다. 현재 매출의 10%를 부과한다. 안행부와 강원도가 카지노에까지 레저세를 물리려는 첫째 이유는 평창겨울올림픽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강원발전연구원에 따르면 평창겨울올림픽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총 9조7000억원이 필요하며, 이 가운데 4500억원을 강원도가 부담해야 한다. 또 대관령에 대규모 꽃농원 ‘천상의 화원’을 만드는 등 올림픽 관련 문화·관광·환경 분야에도 5000억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지난 5월 안행부에 카지노 레저세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레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12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안행부와 강원도는 관련 법안을 다음 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카지노 레저세 도입이 추진되자 강원도 정선군 폐광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정선 고한·사북·남면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동추진위)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면 반발했다. “폐광지역 경제 회생의 중심축인 강원랜드에 모든 짐을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 골자다. 강원랜드 매출의 10%를 레저세로 징수하면 순이익이 줄고, 그러면 순이익의 25%로 정해진 ‘폐광지역 개발기금’이 감소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폐광지역 개발기금은 태백시 등 폐광지역 7개 시·군에 배정되는 돈이다. 공동추진위에 이어 시민단체 ‘태백시 현안 대책위원회’는 “카지노 레저세를 도입하면 폐광지역 개발기금은 한 해 260억~350억원 줄어들 것”이라며 레저세 도입 계획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강원도는 순이익의 25%인 폐광지역 개발기금을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로 바꾸는 등 관련법을 개정해 폐광지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추진위는 “레저세 부과는 폐광지역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폐광지역 경제회생에 대한 강원도의 정책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26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강원도의 명확한 답변이 없으면 더 강경하게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으로 서울 3개, 부산 2개, 제주도 8개 등 모두 17개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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