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Editor’s letter] 실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7호 04면

처음 와본 에든버러는 런던과는 또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실용적인 측면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숙소 욕실에서는 샴푸와 물비누 통이 키 높이에 딱 맞춰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샤워 중 물이 밖으로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튼 끝 쪽에 유리 칸막이를 설치한 것도 보기 좋았습니다.

보통 어떤 행사를 찾아 프레스 오피스에 등록을 하면 ‘프레스킷’을 주는데,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에서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대신 보고 싶은 공연을 미리 신청하면 홍보팀장이 기사화 여부를 체크하고 티켓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더군요.

박물관도 놀라웠습니다. 박물관 하면 옛날 유물을 시기별로 전시하는 다소 지루한 곳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을 텐데, 이곳은 전혀 달랐습니다. 역사·자연사·인류학·우주·지질학·디자인에 대한 ‘요점정리’식 디스플레이가 돋보였습니다. 그게 마구 뒤섞인 잡탕밥이 아니라 재료가 정갈하게 구분된 비빔밥이었습니다.

기준은 인간이었습니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지역에서 어떤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우리가 사는 우주와 지구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등등이 ‘나’와의 연관성이라는 면에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맘에 든 것은 층고 높은 박물관 2층 한 켠에 널찍하게 마련된 카페였습니다. 전시 구경도 좋지만 먹어가면서 하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에 그만 그러겠다고 해버렸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