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기 같은 전조증상 후 10일 내 띠 모양 물집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대목동병원

무더위에 지친 몸은 온갖 바이러스의 표적이 된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수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대상포진이 최근 유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2008년 41만7273명에서 지난해 57만3362명으로 37%가량 증가했다. 기온이 높은 7~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후유증을 동반해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 피부과 최유원(사진) 교수에게 대상포진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대상포진은 어떤 질환인가.
 “몸 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과거에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은 신경조직에 수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 이것이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해 신경을 따라 피부에 발진 형태로 나타난다. 대개 몸이 지치고 피로하거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 재활성화된다. 성인의 90% 이상이 수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있다.”

 -대상포진의 증상은.
 “피부 발진이 생기기 4~5일 전에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열이 나고 피로하며 신체 일부가 아프고 쑤신다. 그러다 바이러스가 침범한 신경을 따라 줄지어 붉은 피부 발진이 발생한다. 물집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지 않고, 띠를 두른 모양처럼 한 줄로 그룹 지어 분포하는 게 특징이다. 가슴 부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얼굴·머리·팔·다리 등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통증도 역시 신경을 따라 나타나는데, 간혹 청소년이나 가슴 쪽에 병변이 나타난 환자는 통증이 상대적으로 덜해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
 “대개 약으로 조절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편이다. 특히 고령자나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는 더욱 심하다. 통증의 양상은 다양하다. 대개 콕콕 찌르듯이 아프고 쑤신다. 칼로 베는 듯이 쓰라리거나 따갑고 눈알이 빠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화끈거림, 저림, 가려움, 뻐근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합병증이 더 위험하다던데.
 “가장 무서운 것이 ‘포진 후 동통’이라는 합병증이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포진 후 동통으로 진단한다. 대상포진 환자의 10~40%에서 발생한다. 치료를 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장기간 지속되면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신경치료를 받거나 신경 절단을 고려한다. 또 바이러스가 침범한 부위에 따라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방광 쪽에 침범하면 소변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소변줄을 꼽아야 할 정도다. 안면신경, 시신경에 침범하면 얼굴 마비나 시력·청력 손상 등이 나타난다. 눈의 각막까지 번지면 실명할 수도 있다. 코끝에 물집이 생긴 환자는 대개 시신경에 바이러스가 침범한 경우다. 안과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 대상포진과 수두가 같이 나타날 때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이므로 폐렴에 걸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을 다른 질병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나.
 “엉뚱한 치료를 받고 마지막에 피부과를 찾는 대상포진 환자가 종종 있다. 단순히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면신경에 대상포진이 나타나면 볼, 턱 부위가 아프다. 이를 충치 탓으로 오해해 치과를 찾는다. 또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면 심장질환,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을 의심한다. 대상포진은 감기와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나고 7~10일 이내에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긴다. 이런 양상을 제대로 살피면 대상포진을 다른 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어떻게 치료하나.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고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빨리 치료할수록 합병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항바이러스 치료로 피부 병변과 통증이 모두 완화된다. 피부 발진은 2~3주, 통증은 1~3개월 내에 회복된다. 고령자나 통증이 심한 환자는 입원 치료한다. 혈관주사를 맞고 통증을 관리한다. 통증 정도에 따라 진통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다음은 휴식이다. 바이러스 치료는 잘 먹고 잘 쉬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체력이 저하되지 않게 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몸 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된다. 이를 예방하는 첫째 방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등 전반적인 체력 관리가 이에 속한다. 스트레스와 과로는 피한다. 둘째 방법은 백신접종이다. 접종 비용이 비싸고 100% 예방효과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유행처럼 무분별하게 접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단 면역력이 약한 60세 이상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우선적으로 접종하는 게 좋다. 최근에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은 접종할 필요가 없다.”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