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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게릴라의 외국인 가해행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67년 6월 중동에서 이른바 6일 전쟁이 있은 이래 만 3년이 지났으며, 이제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중동전쟁은 그 옛날 중세 영-불간의 백년전쟁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거니와, 이스라엘대 아랍국가간의 혈투는 날이 갈수록 험악, 위급해지고 있으며 해결의 실마리란 좀체로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동안 유엔이 개입하고 미-영-불-소등 4대국 조정 노력이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긴장과 적대관계를 완화시키지 못했으며, 전쟁상태는 의연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아랍권 내부에서는 온건파인 요르단·레바논등과 아랍·게릴라 사이의 충돌 또한 일익 격화되고있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의 중동사태를 볼 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요르단과 아랍·게릴라간의 자중지란은 10일 요르단·이라크·아랍·게릴라 삼자간의 휴전협정으로 최악의 사태만은 회피한 듯 했으나, 정세는 계속 불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깊은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인을 포함한 서방측 외국인 약 70명이 아랍·게릴라에 의해 수일간이나마 인질로 감금돼있었다는 사실과, 요르단주재 미대사관의 무관 1명이 피살되는등 요르단의 유혈사태가 중동전의 비인도적 측면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중동전쟁이 계속되면서 아랍·게릴라에 의한 여객기 납치, 또는 폭파사건등 폭력이 전쟁 영역외에서, 제어하기 힘든 공격형태로 번지고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 아랍·게릴라에의해 한국인이 감금되었던 예는 처음 보는 일이라고 하겠다.
아랍·게릴라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서방측 외국인을 감금했던 이유를 우리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그들을 인질로 삼고 게릴라들이 게시한 요구조건을 관철하기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아랍·게릴라들은 인질석방의 대가로 ①요르단 육군참모총장등의 처벌 ②약 40명의 아랍특공대원 석방 ③정부군측 정예특전대 해산 ④전투 종식등이었으며, 11일 후세인 요르단왕은 게릴라들의 요구에 굴복하여 육군참모총장 세리프·나세르·벤·자밀소장과 사단장인 세리프·자이드·벤·셰이커를 사임시킴으로써 감금되었던 사람들이 석방된 것으로 보인다.
반란분자나 게릴라들이 외국인을 인질로 삼고 관계 정부에 요구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최근의 남미사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방대한 조직을 갖고있는 아랍·게릴라들이 이러한 비인도적·술법을 서슴지않고 구사하게 됐다는 것은 결코 아랍·게릴라와 아랍 관계 정부간의 자체내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제외국의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아랍·게릴라에 대한 적대행위를 취한 일도 없으며, 뭇 교전국에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하여왔다고 볼 수 있다. 전쟁법규를 들출 필요도 없이 아무리 전쟁중이라 하더라도 비전투원에 대한 보호는 물론, 특히 국외 외국인의 생명·재산에 대하여 각별한 성의를 표시해야한다는 것은 오늘날에 있어 전쟁이전의 인도적인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아랍·게릴라의 세력은 지난날 나세르대통령의 그것에도 견줄만한 것으로도 비유되고 있으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횡포는 수긍될 수 없는 것이며, 어쨌든 그들의 신중한 행동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아랍·게릴라와 아랍제국과의 분규는 물론,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분쟁이 하루속히 수습되어 중동의 평화가 달성되기를 바라지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이번 요르단에 있어서의 한국인들의 인질사건을 계기로 그 지역에 있는 한국인들의 보호를 위해 관계국 정부와 긴밀한 사전 대비책을 강구해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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