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공배 한 개와 사활(死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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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3국>
○·구리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5보(52~67)=한국 바둑은 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고 중국 바둑은 녜웨이핑-창하오-구리로 이어집니다. 조훈현-녜웨이핑이 1952년생 동갑이고 75년생 이창호는 창하오보다 한 살 위입니다. 이세돌과 구리는 83년생 동갑입니다. 아마도 이세돌-구리 이후로는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절대 강자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겁니다. 바둑의 전설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구리 9단은 52로 엷은 데를 찌르며 동태를 살핍니다. 하변 백이 미생이니까 살긴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요. 그 방식을 찾는 겁니다. 흑도 57이 중요한 응수입니다. 바로 막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안전한 맥점이지요. 백이 62로 이었을 때가 중요합니다. 흑은 어떻게 받는 게 최선일까요.

 ‘참고도1’ 흑1로 받는 수가 떠오릅니다. 사실 백△ 한 점은 목의 가시와 같아서 언제 화근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흑1은 그 불안을 확실하게 제거했으니 좋은 수일까요. 아닙니다. ‘참고도1’은 백이 살아 있습니다. 선수를 잡은 백이 대망의 요처인 상변을 먼저 두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형세가 단번에 백으로 기우는 거죠.

 이세돌 9단은 63으로 꽉 막아 공배를 채웠는데 이게 정확한 응수입니다. 뒤 수가 없어 이번 결승전이 특히 의미를 갖는 이유지요. ‘참고도2’ 흑1, 3으로 공격하는 수가 성립합니다. 백A면 흑B로 몰사입니다. 공배 하나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제는 흑이 선수를 잡아 상변을 두게 되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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