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대외정책의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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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닉슨 미대통령은 캄보디아영내 미·월 연합작전의 모든 군사목표가 달성되었다고 말하고, 그의 약속대로 6월30일까지 병참군사고문을 포함하여 모든 미군을 캄보디아로부터 철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닉슨 연설의 골자를 보면, ①캄보디아영내 공산성역분쇄를 위한 작전은 성공했다는 것 ②캄보디아에 진격한 미군은 3만1천명, 월남군은 4만3천명이며, 그중 미군 1만7천명은 이미 월남에 복귀했고, 나머지는 6월30일까지 철수하리라는 것 ③캄보디아에서 이룩한 전과는 월남전에서 지난 1년동안 이룩한 것과 같다는 것 ④7월1일이후 미군은 캄보디아내에서 주월 미군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위해 공중작전은 계속하리라는 것 ⑤주월미군 15만명중 5만명을 오는 10월15일까지 철수케하리라는 것등으로 되어있다.
닉슨 연설의 내용은 캄보디아사태 개입후 1개월여에 걸친 작전의 성공과 전과등 주로 전황을 설명한 것이었지만, 그 목적이 미국민에 대한 설득과 반전파에 대한 무마에 있었다는 것은 그간의 상황으로 보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닉슨대통령이 캄보디아사태에 개입한 이후 작전이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내의 정치사정을 보면 정부와 국회의 대립, 정부내의 분열, 여론의 대립등 심각한 문제들이 적지않게 제기되었다. 특히 미상원내의 다수 반전파의원들은 닉슨정책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으며, 쿠퍼·처지 법안등은 이른바 캄보디아반전법안(대외무기매각금지) 및 캄보디아전비지출금지)을 제안하기에 이르렀었다. 쿠퍼·처치법안을 부결시키기위해, 예컨대 돌의원이 내놓은 재수정안(포로석방까지 쿠퍼·처지법안발효중지) 같은 것이 제안되어 표결에 붙여졌으나 그것은 4일 36대 54로 부결되고 말았다. 쿠퍼·처치안이 최종적으로 미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할때, 닉슨대통령의 캄보디아정책은 걷잡을 수 없는 딜레머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닉슨연설이후의 미국회의 향방은 매우 주목되는 것이라고하겠고, 캄보디아사태는 미국회의 지지가 있음으로써만 성공적으로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지도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이건 조야가 일치단결해서 나아간다하더라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있다고 하겠는데, 오늘날 미국에서와 같이 그 원칙이 내부로부터 동요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 것은 사태해결에 매우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미국 국내의 이와같은 정치정세에 감하여 일단 개입한 미군을 조기에 철수할 움직임마저 보이고있으며, 문제는 미군이 완전철수되는 7월1일이후의 캄보디아사태 또한 적이 심각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노이는 장기전을 획책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워싱턴 정치정세를 계산하여 미군 철수후 대대적인 공세를 펼지도 모른다. 특히 중공은 월맹에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25일 중공, 월맹은 70년도 군사경제원조협정 의정서에 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사태를 중심으로 한 미국내의 분열과 대립은 공산측에 대해 오단의 기회를 더하게 할 것이며, 적어도 미국회는 이번 닉슨연설을 계기로 캄보디아에서의 군사작전을 이 이상 저해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미행정부에 대한 견제에 그치지않고 아시아 관계국의 미국에대한 신뢰와 사기를 저상할 우려가 충분히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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