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팍회의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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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정부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열리는 아스팍(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 제5차 회의에 최외무장관을 수석으로한 대표단을 파견키로했다. 이번 회의는 ①캄보디아에 대한 지원문제 ②아스팍헌장 제정문제 ③태국의 방콕에 설치된 아스팍 경제조정센터를 통한 지역간 경제협력문제 ④아시아집단안보체제 수립촉구문제등을 다루게된다.
한·일·자유중국·비·태·월남·말레이지아·호주·뉴질랜드등 9개국 각료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 아시아에서 공산주의 침략을 저지하고있는 역할의 크기에 비추어, 한국은 능동적으로 외교활동을 전개치않으면 안될 입장에 서있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이 회의가 아시아의 안전과 평화회복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캄보디아지원문제를 정식의제로 제기, 비군사적방법으로 캄보디아를 도울 것을 제의하리라고 전한다. 캄보디아의 불안이 공산측의 침략에 기인하는 것이 가리울 수 없는 사실이고, 또 월남에 출병하고있는 한국으로서 캄보디아사태가 인지전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이에대해 신경을 각별히 날카롭게 하지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하면 우리정부가 캄보디아지원문제를 솔선들고 나온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하겠다.
그러나 5월 중순에 열렸던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외상회의 공동성명은 『캄보디아의 중립을 보장하는 선에서 캄보디아의 평화를 회복』하자고 결의한 바 있었으므로 이 원칙을 수락하고서 캄보디아에 대해서 실효있는 원조를 제공해준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 정부는 제반정세의 움직임과 우리의 국가이익을 충분히 검토한 끝에 비군사적인면에서 캄보디아원조를 주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전한다. 우리는 캄보디아에 대한 원조가 비군사적인 것이든 군사적인 것이든 간에 캄보디아에서 공산세력을 일소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것이 되기를 요망한다.
다음은 아시아집단안보체제 형성문제인데, 최근의 동남아정세는 격동하고 있는데다가 미국이 닉슨-독트린에따라, 아시아에 있어서의 군사력에의한 세력권 정책유지를 후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아시아제국 자신들에 의한 아시아집단안보체제 형성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는데 대해서는 누구도 시인을 아낄 수 없다. 그러나 아스팍 회원국이 공산주의 침략위협을 느끼는 현실적인 심도는 각각 다르다. 게다가 일본같은 나라는 아시아집단안보에 참가하자는 여론이 미숙하므로 아시아집단 안보체제가 쉽게 탄생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닉슨-독트린의 적용이 잠정적으로 아시아 일부지역에서 힘의 공백상태를 조성할 우려가 다분히있고, 또 힘의 불균형이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의도를 고무해주는 최대의 요인이라고하면 아시아 집단안보체제 형성을 촉구키위한 노력자체를 게을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남은 문제는 우리 한국이 집단안보체제 형성에 있어서 주도적역할을 맡고 나서느냐의 여부인데, 지금 동남아정세는 대격동중에 있으므로 정부는 확고한 전망밑에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안보기구 설치문제에 관해 회원국들의 의사를 타진』하고, 그 이상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모양이다. 우리는 오늘의 아시아 정세가 복잡·미묘를 극하고 있음에 비추어 정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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