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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산고의 전쟁과 평화 번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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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톨스토이가 5년간에 걸쳐 집필 완성한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1864∼1869)·번역자 함일근씨(전외국어대 노어과교수)는 이 19세기의 대표적 러시아 문학작품을 노어에서 우리말로 옮기는데 꼬박 7년이 걸렸다고한다. 1930년대에 일본외무성이 세운 만주의 하르빈학원에서 3년동안 배운 그의 노어는 해방이되고 귀국했을때는 아무런 쓸모없는 지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외대가 생기고 거기서 불모의 땅에 첫 졸업생들을 배출하게되자 그는 노어를 배운 보람을 비로소 느꼈다고 말한다.
일본어 중역판의 노문학작품들이 시장에서 활기를 펼때, 노어판에서 처음으로 번역한 직수입 노문학을 이땅에 심은 것은 60년 그가 톨스토이를 내놓은 때였다.
그는 62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내놓고 이어 몇편의 단편들을 계몽사의 단편문학전집에 실어 출판했다.
최근에는 정음사의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전8권중에서 『죽음의 집의 기록』 『학대받은 사람들』 『백야』를 수정판 『죄와 벌』과 함께 내놓고있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전쟁과 평화』는 그가 교단과 번역생활에서 닦은 번역술을 집약한 노력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텍스트는 57년판 톨스토이 작품집으로했고 영·일어판을 참조했다고한다.
1805년부터 15년간의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유럽 전역에 걸치는 엄청난 크기의 인간관을 다룬 작품, 군중말고도 등장인물이 5백59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70명은 엄격한 객관주의적 평가와 섬세한 관찰로 묘사한 작품, 옷·음식·지방명·동식물명·생활풍습등 16세기 러시아의 생활백과사전이라고도 할 이 작품의 번역작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함씨는 그점을 인정하면서도 톨스토이의 수월하고 깨끗한 문장, 사실적인 묘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상등으로 다른 러시아 작가, 가령 도스토예프스키 보다는 다소 쉬웠다고 설명한다.
"노문학을 한국적인 스타일로 옮기는데는 어떤 규준같은 것이 확립되어야 할 겁니다."
어려운 고유명사나 낱말에 일일이 역주를 붙이고 있다. 또 속담같은 것은 직역이 아니고
같은 뜻의 우리나라 속담으로 바꾸고 있다. 그는 앞으로 소개안된 러시아 중·단편문학, 특히 체호프, 고골리, 푸시킨의 작품등과 소련의 해빙문학들, 또 망명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할 계획으로 있다. "번역은 10년 단위로 개역이 필요합니다. 사용하는 말이 자주 새로와지기때문에 그 시대의 생리에맞는 말로 옮겨야 할 겁니다."
함씨는 또 "번역가 자신의 역량부족도 물론 말할수 있겠지만 우리말 자체가 아직도 잘 정리되고 가다듬어지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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