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보료 체납한 탤런트, 외제차 2대에 잦은 해외여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년 연기자 박모(여)씨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간 건강보험료 311만원을 내지 않았다. 박씨는 배기량이 6000· 3500cc인 외제 승용차 두 대를 굴리고 있다. 체납기간 동안 외국에 네 차례나 다녀왔다. 건강보험공단은 수 차례 독촉장을 보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건보공단은 박씨가 건보료를 고의로 체납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3월 부동산과 자동차를 압류했다. 그제야 박씨는 분할납부 신청을 해서 건보료를 내고 있다.

 건보료 체납자가 5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155만9000건, 2조2147억원의 건보료가 6개월 이상 체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건보료 징수액(36조원)의 6% 정도에 해당한다.

 체납자의 대부분은 지역 가입자다. 직장 가입자는 월급에서 원천징수돼 얼마 안 된다. 7월 기준 지역 가입자 152만5000세대가 체납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지역 가입자의 20%에 달한다.

 지역 가입자의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들이라 체납자가 많은 편이다. 건보공단은 건보료를 독촉하다 안 내면 재산을 압류한다. 노인·장애인 등이 재산이나 소득이 없어 납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체납금을 탕감한다. 지난해에만 4만807건에 598억원, 올 상반기엔 2만3009건에 292억원을 탕감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살림살이로 봐서 충분히 건보료를 낼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체납하는 것이다. 박씨와 같은 경우다. 건보공단은 외제차 소유 여부, 재산, 금융소득 유무, 해외 나들이 전력 등 10여 가지 항목을 따져 이들을 선별하는데 5만3904세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체납액은 1218억원이다. 해외 출입국 기록이 있는 사람도 1380명(체납액 18억5656만원)이다. 노후에 돌려받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꼬박꼬박 내면서 건보료는 내지 않는 사람도 3000여 명에 이른다.

 건보공단의 미숙한 행정도 체납을 부추긴다. 지난해까지 특별관리 대상을 골라내는 항목이 네 가지밖에 안 됐다. 해외 출입국 전력은 올해서야 포함됐다. 보험료를 체납한다고 해도 병원 진료를 받고 보험 적용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규정상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면 ‘이용 제한’ 대상이지만 사전에 막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체납 상태에서 130만 명이 1조5530억원의 건보 재정을 사용했다. 건보공단은 이 돈을 부당이득금으로 분류해 환수한다. 신 의원은 “국세청과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자료를 연계해 건보료를 고의로 체납하는 사람의 예금과 재산을 압류하고 해외 신용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등 철저한 징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올해 9월부터는 2년 경과한 체납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 체납자의 실명을 홈페이지와 관보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1년 이상 경과한 체납액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 신용정보기관에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