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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숭빠레' 환호 속 MVP 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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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지성(왼쪽)이 21일 PSV 에인트호번의 홈 필립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필리페 멕세스와 공을 다투고 있다. [에인트호번(네덜란드) AP=뉴시스]

후반 23분. 동료 플로리안 요제프준(22)과 교체돼 벤치를 향하는 박지성(32)의 등 뒤로 익숙한 노래가 울려퍼졌다. 8년 전인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을 앞둔 그에게 소속팀 PSV 에인트호번 팬들이 불러줬던 자신의 응원가(Song for Park)였다. ‘위숭빠레(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은 골대 뒤편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경기장 전체로 번졌다. 박지성은 특유의 엷은 미소와 함께 박수를 치는 듯한 포즈로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지성이 8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 에인트호번에서 완벽한 복귀전을 치렀다. 박지성은 21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AC 밀란(이탈리아)과의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장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68분을 뛴 박지성은 변함없는 경기력과 무르익은 리더십을 적절히 섞어 젊어진 에인트호번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박지성이 후반 23분 교체되자 에인트호번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박지성 응원가인 `위숭빠레`를 부르고 있다. [에인트호번 홈페이지 캡처]

 친정팀으로 돌아와 나이 어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박지성은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다. 전 소속팀 퀸스파크레인저스(잉글랜드)에서 벤치 멤버로 전락해 입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된 듯했다. 주장 완장을 차진 않았지만 무게감은 주장 이상이었다. 공격 비중을 조금 줄이는 대신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조절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이면서도 중원과 수비 지역까지 폭넓게 커버하는 움직임도 여전했다. 박지성은 이날 68분간 8.81㎞를 뛰었다. 90분으로 환산하면 11.66㎞를 뛴 활동량이다. 전성기 때와 변함 없는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다. 패스 성공률은 77%(35개 중 27개)로 팀 평균(78%)과 비슷했지만, 슈팅 찬스로 이어진 키 패스(key pass)를 3개나 기록했다.

 0-1로 뒤진 후반 15분 팀 마타브주(24)가 기록한 에인트호번의 동점골도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박지성이 내준 볼을 제프리 브루마(22)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골키퍼가 잡다 놓친 공을 마타브주가 머리로 밀어넣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8년2개월 만에 에인트호번 유니폼을 입고 복귀전을 치른 박지성에 대해 구단 안팎의 찬사가 쏟아졌다. 홈 팬들은 야전사령관 역할을 멋지게 수행한 뒤 교체돼 벤치로 향하는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필립 코쿠(43) 에인트호번 감독은 “박지성은 움직임을 안다. 윙어와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고, 기술도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활동량과 압박 능력을 보여줬고, 공격에서도 뛰어났다’며 양 팀을 통틀어 최고 평점인 4점(5점 만점)을 줬고, 경기 MVP로 선정했다. 또 구단 공식 TV가 ‘구단 100년 역사의 위대한 선수’로 박지성 편을 제작,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에인트호번은 29일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치른다. 1, 2차전을 합쳐 앞선 팀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뒤진 팀은 유로파리그에 출전한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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