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녹조와 4대 강 영향,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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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범철
강원대 교수·환경학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여름이 돼 녹조 현상이 발생하자 4대강살리기사업과 녹조 현상의 인과관계를 놓고 논란이 많다. 한쪽에선 4대강사업 때문에 녹조 현상이 심해졌다 하고 다른 편에서는 아니라고 하니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호수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연구하는 필자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결론을 말하자면 양쪽이 다 맞다. 복잡한 사상에 대해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이듯 변수가 많은 자연 현상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고인 물은 썩는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소양강 댐 물은 정체돼도 맑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이렇다. 무기물질인 인의 농도가 낮은 물은 가둬 놔도 썩지 않고, 인의 농도가 높은 물은 정체되면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한다. 식물 플랑크톤이 성장하려면 인을 비롯한 영양소가 필요하므로 인이 충분해야 플랑크톤이 많아져 녹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산소 고갈, 혼탁한 물, 냄새와 독소 발생 등의 피해도 발생한다.

 그러면 인의 농도가 높은 강에 댐을 만들면 반드시 수질이 나빠진다고 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론 ‘예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예스’와 ‘노’의 두 가지의 답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그 답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는 하나의 강에 여러 댐이 있기 때문이다. 댐에 정체된 물에는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수질 악화가 나타나지만 반면 플랑크톤 세포와 부유물질이 댐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하류로 흘러 내려가는 인의 양이 줄게 된다. 실제로 물이 흐려지거나 인이 유출되는 곳에 하류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침전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강에 여러 댐을 만드는 경우 상류 댐에서 볼 때는 수질이 악화되고 하류 댐에선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댐이 생기면서 낙동강 중류 구미 입장에선 녹조 현상이 새로 발생했다 할 것이고 오래전부터 정체된 하구호가 있던 하류의 부산에서 본다면 녹조 현상이 줄었다 할 것이다.

 4대강살리기사업 이전과 비교해 녹조 현상이 증가했다는 사람도 있고 감소했다는 이도 있다. 심지어는 10~20년 전과 비교해 좋아졌다고 평가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하수 처리와 하수 인 제거에 많은 투자와 발전이 있었는데 어떻게 20년 전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하수처리장 건설에 투자한 만큼 수질이 개선되는 게 당연하다. 4대강사업 중에도 하수의 인 제거 시설 확충, 강변 농경지 철거 등 수질 개선 효과가 있는 사업들을 계속 시행했다. 정확히 평가하자면 각종 사업 내용들을 분리해 각각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와 비교해 녹조 현상의 증감을 판단하기도 하는데 증감 평가도 간단하지 않다. 평가를 녹조 현상이 발생한 수 면적으로, 아니면 농도로 할 것인가? 하류로 흘러가는 물을, 아니면 고여 있는 물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상류 댐과 하류 수역에 대해 동등한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 아니면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하류에 더 큰 가중치를 줄 것인가?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세균 외에 다른 조류도 고려할 것인가? 연중 변화에 대해 시간적으로 비교해 할 것인가, 아니면 저수량에 가중치를 줘서 할 것인가? 갈수기와 풍수기에 서로 달리 나타나는 영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매년 다른 기상 조건의 차이는 어떻게 감안할 것인가? 상류에 있는 댐의 방류량의 영향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이처럼 다양한 변수가 있으므로 댐 건설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답을 내기는 어렵다. 지금 논쟁이 한창이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선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논쟁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되는 왜곡이 우려된다.

김범철 강원대 교수·환경학 한국하천호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