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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왕따 터놓고 얘기해" 학생고민 해결사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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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우정경찰 발대식’에 참여한 학생들이 아산경찰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아산경찰서에서 시행하는 우정경찰 제도가 관내 청소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우정경찰은 한 학교 당 10명 내외의 학생을 경찰관으로 위촉한 뒤 사소한 고민이나 폭력,집단 따돌림 등 학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담해주는 제도다. 학교 내 또래 친구들로 하여금 눈높이에 맞는 상담을 하게 하고, 교사와 학교전담경찰관 및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고 싶고,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은 학생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

#1 아산의 모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규현(18·가명)군은 최근 같은 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 부모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자니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 망설여졌고 경찰에 신고하기에는 크지 않은 사항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던 이군은 얼마 전 아산경찰서로부터 우정경찰로 임명된 옆 반 장수원(18·가명)군을 찾았다. 장군은 이군의 고민을 듣고 가까운 지역의 청소년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청소년상담센터 관계자는 장군에게 이군의 고민을 전달받은 뒤 다음날 용화고등학교를 찾아 담임교사와 면담을 했다. 교사는 “그런 사실이 있는 줄 몰랐다”며 이군을 괴롭혔던 학생을 불러 알아듣게끔 훈계를 했고 당분간 이군을 유심히 지켜보며 보호하기로 했다.

이군은 “담임 선생님께 직접 말씀 드리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며 “우정경찰이 된 친구에게는 고민을 편히 얘기할 수 있었고 후속 조치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우정경찰인 장군은 “친구들의 고민은 어떻게 들어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이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 좋은 제도 같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도록 노력할 예정이며 밝고 건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정경찰로 위촉된 아이들이 우정수첩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2 고등학교 1학년생 최리라(17·가명)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 가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반 친구들이 자신을 은근히 따돌렸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기가 시작된 후 약 3개월 동안 최양은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정경찰로 위촉된 같은 반 친구 신지은(17·가명)양이 최양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신양은 최양과 학교가 끝난 후 1시간 여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양은 최양이 어떤 문제로 고민이 생겼는지를 정확히 짚어냈다. 그리고 최양이 반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신양은 “리라가 소극적인 성격 탓에 아이들과 못 어울렸을 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지금은 아이들과 관계가 원만해져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아산경찰서에서 전국최초로 실시한 ‘우정경찰’이 청소년들에게 효율적인 제도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우정경찰로 위촉된 아이들은 학교의 여러 문제를 지역의 청소년상담센터나 관할 경찰서로 알리는 메신저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정경찰은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시행해온 제도다. 아산 관내 30곳의 중고등학교에서 모두 이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우정경찰이 되길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누구나 우정경찰관이 될 수 있다”며 “우정경찰이 되면 사명감이 부여되는 동시에 학교 생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된 지는 6개월 정도밖에 안됐지만 각 학교마다 실시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의 심의 건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계장 황성호)에서 자체 제작한 우정수첩도 효과가 좋다. 우정경찰의 내실화 및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우정수첩’에는 우정경찰이 친구의 고민을 상담을 할 때 필요한 또래상담기법과 유관기관 전화번호, 학교폭력 상황별 대처요령이 상세히 수록돼 있다. 또래 상담일지, 활동일지가 있어 우정경찰의 활동사항을 기재 할 수 있다.

 아산경찰서에서 처음 실시된 우정경찰제도는 충남지방경찰청의 학교폭력 예방 우수시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홍성·당진·예산 등 충남지방경찰청 15개 관할 경찰서 모두 이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필요 시에는 아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자문을 구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한다.

 아산경찰서는 학교전담경찰관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가 주기적으로 우정경찰과 함께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수사례 와 또래상담 시 고쳐야 할 사안에 대해 상호 토론하면서 또래상담능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다. 서정권 경찰서장은 “최근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정경찰제도는 건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며 “우정경찰을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해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정경찰 이외에도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여러 제도를 검토 중이며 빠른시일내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아산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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