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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경영 안하면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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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사실이 밝혀지고 SK그룹 최태원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거지면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 문제가 증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결국은 해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물론 증시 전반에 손실을 끼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일부터 특검 논란이 가열된 12일까지 현대상선 주가는 20% 가까이 폭락했고,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지난 18일 일제히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사례를 계기로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업의 경영원칙이 확립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도 배당 요구나 무리한 투자계획에 대한 반발 등 주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주들 배당 요구 커져=기업들이 주주의 이익을 실현해주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배당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배당에 대한 관심이 적었지만 최근 주총 시즌을 맞아 배당을 얼마나 주느냐가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반면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해 이를 배당으로 보상받으려는 주주들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엔 대한.한국.삼성 등 투신사들이 공동으로 주총을 앞둔 한전에 "정부가 아닌 민간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배당해 달라"는 공개요구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한전은 20일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주주중시 경영 원칙에 따라 배당률을 지난해보다 11% 높은 액면가의 16%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배당을 결의한 회사는 25개나 됐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배당을 하는 1백12개 회사의 경우 올 들어 액면배당률이 평균 59% 늘어났다.

참여연대 박근용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배당 요구가 커진 것은 소액주주 운동의 영향으로 주주들의 권익의식이 향상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주 얕보면 혼쭐=최근 사업계획을 발표했던 회사들 중 일부는 주주들의 반발에 부닥쳐 계획을 철회하거나 방향을 선회해야 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11일 그룹차원에서 쌍용화재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없던 일로 했다.

지난달 23일 SK텔레콤은 기업설명회에서 주주들에게 약속했던 것과 달리 거액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주가가 하한가로 빠지는 된서리를 맞았다. SK텔레콤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거듭된 주가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반면에 지난해 한국회계학회로부터 투명회계 대상을 받은 넥센타이어는 2000년 이후 4년 연속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을 열고 있다.

주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경영실적을 알려주겠다는 의도다. 매년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회사가 주총에서 9%의 배당을 결의한 지난 13일 주가가 6% 가까이 뛰었다.

주주중심의 경영방침을 내세운 KT는 최근 설비투자를 줄이고 현금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KT가 최고경영자에게 지급한 스톡옵션(30만주)의 프리미엄이 52%에 불과한 것도 주주들의 눈치를 살핀 결과로 알려졌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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